
국내 정유 4사중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이 잇따라 수천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에 현대오일뱅크만이 10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2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한 4조207억원이고 영업이익이 65% 감소한 13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8조25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28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7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비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정유4사 중에서 적자를 보지 않은 곳은 현대오일뱅크 뿐이다.
이날 함께 실적을 공개한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9조83억원이고, 영업손실 규모가 창사 이래 최악인 4523억원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도 40조2584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원 이상 급감했고 전체 영업손실도 4563억원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2008년 8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으며 적자 규모 자체는 1968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해 4분기의 영업손실은 업계의 예상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GS칼텍스는 1~3분기 누적 손실 규모가 40억원대였으나 유가 하락이 본격화된 4분기에만 4천억원 안팎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돼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3~5000억원 대로 예측돼 왔지만, 실제로는 4분기 영업손실만 4500억원을 넘어섰다.
GS칼텍스의 2013년 영업이익이 9001억원이었던 만큼 지난해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에 약간 모자란 1조4000억원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일 2014년 잠정 실적을 집계하고 연결기준 매출액 65조8757억원, 영업손실 22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적자는 1977년 이후 37년 만이며, 특히 2241억원의 영업손실은 2013년의 1조4064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무려 1조6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매출 28조 5576억원, 영업손실 2589억원으로 집계돼 원유 정제시설 상업 가동 첫해인 1980년 이후 34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의 2013년도 영업이익은 3660억원 정도로 1년여 만에 6250억여원 감소했다. 세 정유사의 영업이익 감소분만 합쳐도 3조조원을 가뿐히 넘기는 수치가 나온다.

◆작은 규모, 오히려 대응력 키워
이처럼 다른 정유사들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달리 현대오일뱅크는 10분기 연속 흑자행진 중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규모가 작다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하루 평균 정제 가능량은 SK이노베이션 약 111만5000배럴, GS칼텍스 77만5000배럴, 에쓰오일 66만9000배럴, 현대오일뱅크 39만배럴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겨울철 수요 증가를 앞두고도 원유 도입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정제시설 가동률을 낮추며 대응한 전략이 먹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정제규모가 작다는 점이 오히려 타사보다 발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이었던 셈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이 타사 대비 적게 발생했다. 전월가격의 재고비중을 전체 재고의 20~30%선으로 최소화해 재고관련손실을 줄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핵심 관계자는 “4분기 재고관련손실은 약 1000억원대”라며 “연말 기준 남아있는 재고를 평가해 반영한 손실은 100억원대”라고 밝혔다.
다른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약화에 지난해 4분기에만 국제 유가가 40달러나 폭락하면서 재고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금까지는 보통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생산하는 정유 부문에서 손해가 발생해도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유가 하락폭이 상상을 초월한 만큼 만회가 힘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정제규모가 타사 대비 가장 작다보니 유동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할 수 있었다”며 “4분기에 가동률을 미리 80%내외로 낮췄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타사는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춰 재고관리를 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유가 반등을 전제하지 않고, 재고를 가능한 최저수준으로 유지해 적자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