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신한맨 영입, 리딩뱅크 탈환 위한 묘수될까?
KB금융의 신한맨 영입, 리딩뱅크 탈환 위한 묘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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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 당시 들러리 사외이사, 전문가 사외이사로 쇄신 꾀해
▲ KB금융이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KB금융이 리딩뱅크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KB금융의 신한맨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 영입이 화재다. 경쟁사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금융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몇년전부터 신한금융에 밀리는 KB금융의 리딩뱅크 재탈환을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기존 사외이사로 관료출신을 안치기 어렵고 학계 출신도 고사하는 바람에 타사 인사까지 영입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이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보기 힘든 파격 인사라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기존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하다가 최근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관료들이 관련 재취업 길이 막히자 내놓은 방책이라는 해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타사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관피아 논란으로 금융당국 출신을 영입할 수 없게 되고 학계 교수도 사외이사 자리를 고사해 타사 출신까지 사외이사로 영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신한금융에게 빼앗긴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KB금융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그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럴 수 있다”라며, “과거 사외이사가 집행부에서 하는대로 따라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을 통해 KB금융에서 새로운 바람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KB금융의 인사는 지난해 일어난 ‘KB사태’를 통해 따가운 외부 시선을 타사 출신영입 카드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비춰진다.

컨트롤타워 부재, 들러리 사외이사로 빚어진 ‘KB사태’

KB사태는 지난해 5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전자 시스템교체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같은해 4월 전산 시스템을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안건이 사외이사 6명 주도로 국민은행 이사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당시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는 “경쟁 입찰이 없는 등 교체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지적했다. 이건호 행장이 이를 받아들여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

정 감사는 시스템 변경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감사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사외이사들은 채택을 거부했다. 이에 이 전 행장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반복해서 상정했지만 재차 거부당하자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한 것이다.

조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6월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 조치를 사전 통보했다. 그러나 같은해 8월 공식논의 기구인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에게 내린 징계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였다. 여섯번의 제재심의위원회 끝에 수위가 내려간 것.

그러다가 같은해 9월4일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범죄 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 문제가 표출됐다”며 경징계 조치를 다시 뒤집고 중징계 결정을 번복해 파장이 일었다. 이건호 전 행장은 바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임영록 전 회장은 반발했다. 은행장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 결정으로 확정되지만 금융지주사 회장에 대한 징계권은 금융위원회에 있다.

금감원은 임 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같은해 9월13일 금감원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사실상 사임 권고였다.

▲ KB사태의 원인으로 집행부가 하자는대로 따르는 사외이사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임영록 전 회장이 또 다시 반발하면서 KB사태는 임영록 전 회장과 금융 당국의 갈등이라는 새 국면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9월15일 임 전 회장 등 시스템 전환사업 관련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B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한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같은해 11월18일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9일 KB사태의 핵심 인물이었던 정병기 KB국민은행 감사가 자진 사퇴했다. 정 감사의 사의 결정으로 과거 KB사태에 관련됐던 사외이사와 임원들이 잇따라 모두 사퇴했다. KB사태 당시 임영록 전 회장 편에 섰던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과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퇴임했고, KB금융 사외이사진도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때 전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한편, 모두가 ‘임영록 전 회장-이건호 전 행장’의 권력다툼에 집중하고 있을 때 경제개혁연대는 KB사태의 한 축인 KB 사외이사들에 사퇴 압력을 가했다.

경제개혁 연대는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사이의 갈등 과정에서 이사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사외이사 전원 사퇴를 요구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기본적으로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사태 당시 그룹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며, “따라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관련 법령 위반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 여부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및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함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과 국민의 엄중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금융계는 KB가 향후 사외이사를 어떤 식으로 재편할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KB사태의 폐단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편가르기용 혹은 바람막이용 임용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중심으로 뽑아야 한다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성 갖춘 신한맨, KB금융 새바람 일으킬까?

현재 KB금융은 신한금융에게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신한금융이 2조 원 클럽에 재입성하면서 리딩뱅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 KB금융이 리딩뱅크를 탈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신한맨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2014년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138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2조 원 클럽 재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1조305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2010년 2조6846억 원, 2011년 3조1000억 원, 2012년 2조3219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내리 2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신한은행을 끌었던 서진원 행장이 와병 중인 반면,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선임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겠다고 선언했다.

KB금융은 자산 규모면에서 다른 경쟁사와 비슷했지만 최근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금융권에서 KDB대우증권 인수를 두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축을 벌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금융의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이 신한금융의 경영 DNA를 KB금융에 성공적으로 심어 리딩뱅크 탈환 전략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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