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삼성전자의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를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16일 조 사장은 당시 상황이 담긴 현장 CCTV까지 공개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호소했다.
조 사장은 “먼저 저의 행동으로 인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저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라는 말로 서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라면서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 조 사장 “고의성 있었다면 삼성 직원들이 저지했을 것”
LG와 삼성간 ‘세탁기 분쟁’에서 삼성 측 주장의 요지는 조 사장이 IFA전시회에 앞서 삼성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삼성 세탁기를 ‘고의’로 부쉈다는 것이다.
이에 조 사장은 독일 검찰로부터 제공받은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조성진 사장은 IFA전시회에서 해당 세탁기에 총 3번의 접촉을 했다. 이 중 삼성 측이 문제로 삼은 것은 두 번째 접촉이었다. 조성진 사장이 세탁기의 도어 윗부분에 강한 압력을 줘 아래로 누르는 행동을 취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조 사장 측은 ‘아이도 올라타고’, ‘쇼핑몰 진행자도 세탁기마다 도어를 눌러보고’ 라는 문구와 함께 세탁기 도어를 누르는 것은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며, 특히 조 사장이 기술엔지니어 출신인 점을 감안할 때 몸에 밴 행동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사장은 삼성 측이 주장하듯 경첩(힌지)이 움직인다는 것이 과연 세탁기가 망가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반문했다. 지난해 9월 14일 SBS 8시 뉴스에서 조 사장의 접촉으로 인해 세탁기가 파손됐다는 증거로 보여준 ‘흔들리는 경첩’ 현상이 새 제품의 경우에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또 이것은 도어를 170도까지 열리게 하는 ‘이중 경첩(힌지)의’원래 특성 때문인 것이지 파손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조 사장이 망가뜨린 도어를 닫아서 세탁기 결합부가 파손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체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당시 현장에서 조 사장 및 LG 측 일행이 도어를 닫을 때 가한 힘보다 더 강한 정도로 문을 닫았음에도 삼성 측이 주장한 파손 부위보다 그 범위가 작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조 사장측은 도어가 젖혀져 흔들리는 것이 경첩(힌지)이 망가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세탁기는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지면에서 8도정도 기울여져 놓여있었는데, 이 경우 정상적인 제품이더라도 문을 열 때 도어가 흔들린다는 점을 실험 영상을 통해 증명했다.
이어 조 사장은 “당일 조성진 사장은 세탁기만 만져본 것이 아니었다”라면서 당시 삼성 프로모터들은 조 사장 일행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는 거리에 배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 있던 프로모터들이 조 사장이 회사 제품을 만져본 바로 직후 회사 제품을 만져보고 점검했는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사장측은 “이렇게 작은 매장에서 프로모터가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데 어찌 대기업 사장이 그것도 직접 고의로 경쟁제품을 훼손시킬 수 있겠습니까”라며 “고의적인 제품 훼손이 아닌 수십년을 현장에서 일해 온 조성진 사장의 몸에 배어 있는 제품 확인이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삼성은 검찰이 기소결정을 내렸으므로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LG가 이날 공개한 편집영상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체 영상과 LG가 만든 영상 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조 사장이 두 번째 테스트(삼성은 이때 세탁기가 파손됐다고 주장)를 할 때 삼성 직원이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점 등을 의혹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 “국익에 도움 안된다”는 만류에도 ‘전쟁’
‘세탁기 분쟁’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기간 중 자사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등을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 측의 주장에 따라 LG전자 측에서는 4대의 가격을 변상했고 고의성을 부인했으나 CCTV를 추가로 확인한 삼성전자 측이 조 사장의 충격 영상을 확인했다며 고소해 갈등이 확산됐다.
이후 검찰은 조 사장에게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해줄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결국 출국금지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전시회 CES 2015에 참석 예정이던 조 사장은 하는 수 없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가전 회사의 대표들이 고작 재물손괴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여론을 감안해 기소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검찰의 제안으로 삼성과 LG 측은 유감 표명 수위와 방법을 놓고 한 차례 협의했지만 결국 또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