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전 내내 잠잠한 행보를 보여 오던 롯데그룹이 KT렌탈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1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KT가 실시한 2차 본입찰에서 1조원 안팎의 수정 가격을 제시, 2차 본입찰 참가를 거부한 SK네트웍스를 제외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한국타이어-오릭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에서 인수사로 나선 계열사는 롯데쇼핑과 롯데호텔이다.
그간 롯데는 인수전 구도에서 내내 비주류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소식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롯데는 쇼트리스트(인수 적격 후보) 선정 당시에도 6000억원대의 낮은 금액을 써냈고, 지난달 28일 1차 본입찰 당시에도 7000억원대를 써내 9000억원대를 써낸 어피니티 등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본입찰 마감 당시 6곳의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이후 SFA-NH PE,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 등 후보들의 이탈이 속출하자, 롯데 역시 인수 의지가 낮다는 평가와 함께 유력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예측에는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매진중인 롯데그룹의 사정상 자금 동원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도 한 몫 했다.
당연하게도 KT렌탈 인수전 판세 예측에서도 롯데가 주요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곳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날 ‘깜짝’ 베팅으로 롯데는 야구의 백미인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에 버금가는 대역전극을 연출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KT 경영진이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1조원을 상회하는 1조 500억원 내외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상황도 롯데의 승리로 무게가 기울어지는 계기가 됐다. KT로서는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 이외에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SK네트웍스가 대표 사업인 통신 분야의 경쟁기업이라는 점이 껄끄러웠고, 한국타이어는 노사 관계 때문에 현 KT렌탈 근로자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실제로 최근 KT렌탈 노조는 노사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의 인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회사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타이어가 일본계인 오릭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점도 국민들의 반감을 우려한 KT를 주저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 행보를 보여온 어피니티의 경우에는 사모펀드라는 점 때문에 향후 ‘먹튀’ 논란이나 과도한 구조조정의 가능성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계열사를 지니고 있는 롯데그룹은 KT렌탈 인수를 통해 대형 유통체인 롯데마트 등을 통해 개인고객 상대 영업을 벌이고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연계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당초 많아야 7~8000억원대로 예측돼 온 KT렌탈 인수가가 1조원이 넘도록 치솟게 되자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나친 고가 인수에 대한 재무적 부담은 “차라리 그 돈이면 렌터카 회사를 하나 차리는 게 낫다”는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롯데는 2012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지 3년여 만에 인수가격이 1조원 안팎인 대형 매물을 사들이게 된다. KT와 매각자문사 CS는 2차 본입찰 가격과 조건을 최종 검토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최종 실사하고 3~4개월 내 주식매매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