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에 불거진 ‘세탁기 전쟁’과 관련해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CCTV 화면과 함께 ‘억울하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배포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자사 블로그에 “동영상은 명백하게 왜곡돼 있다”고 반박하고 나서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17일 자사 블로그 투모로우에 “검찰이 고의 파손 혐의를 인정해 이미 법원에 기소한 사안”이라고 못 박으면서 “LG전자가 자의적으로 편집한 동영상을 올렸다고 해서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전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등 대응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가지 이유를 근거로 LG전자 측이 공개한 동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먼저 “세계 어느 가전회사도 매장에 진열된 경쟁사 제품으로 성능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LG 전자에 따르면 조 사장은 행동이 제품 테스트를 위한 통상적 과정이라는 것이지만, 소비자들을 위해 매장에 진열된 경쟁사 제품을 실험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점이 요지다.
또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교묘하게 동영상을 편집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조 사장은 “이렇게 작은 매장에서 프로모터가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데 어찌 대기업 사장이 그것도 직접 고의로 경쟁제품을 훼손시킬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LG전자는 현장 CCTV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해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장면 바로 뒤에 세탁기 파손 장면을 클로즈업해 조 사장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마치 파손 현장을 프로모터들도 보고 있던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체 영상을 보면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장면과 조 사장이 세탁기를 파손하는 장면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있고 그 사이 매장 직원들이나 프로모터들도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닌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파손할 당시 저희 프로모터나 매장 직원들이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제품을 파손하고도 말없이 현장을 떠난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꼬집으면서 “경쟁사 제품을 파손하고도 매장 직원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아무 말 없이 현장을 벗어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무책임한 행위인데, LG전자는 오히려 별것 아닌 일을 저희가 뒤늦게 문제 삼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건장한 성인 남성이 무릎을 굽혀가며 세탁기 문을 여러 차례 누르는 행위는 ‘통상적 테스트’의 범위를 넘어서 ‘목적이 분명한 파손 행위’이며, 이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못 박았다.
세탁기 전쟁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기간 중 자사의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등을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 측의 주장에 따라 LG전자 측에서는 4대의 가격을 변상했고 고의성을 부인했으나 CCTV를 추가로 확인한 삼성전자 측이 조 사장이 고의적으로 세탁기에 충격을 주는 영상을 확인했다며 고소해 갈등이 확산됐다. [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