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외환 조기통합 ‘진통 연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하나·외환 조기통합 ‘진통 연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태 “외환은행 실적 부산은행 수준” vs 외은노조 “실적 좋은데 역분식 의심돼”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될 것으로 금융권에서 보고 있다. ⓒ뉴시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연임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하나·외환은행 통합 진통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김정태 회장이 지난해 외환은행 실적을 두고 지역은행 수준이라며 조기통합론 정당화를 위한 발언을 한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실적은 양호했다며 '역분식'마저 의심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를 김정태 현 회장,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삼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외환 통합을 앞두고 김정태 회장의 조기통합 방침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10일 외환은행 지난해 실적을 두고 지역은행 수준이라며 조기통합 정당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한바 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은 지난해 4분기 859억 원 적자를 기록해 법원 결정 시점과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라며, “부산은행에도 밀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조기통합을 위한 외환은행 실적 역분식이 아니냐며 반박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외환은행의 2014년 실적은 영업이익, 핵심이익, 판관비, 총영업이익경비율(CIR) 등 주요 경영지표면에서 타 은행대비 매우 양호한 내용임이 확인됐고, 영업이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역분식이 의심되는 몇 가지 사항을 포함해 외환은행의 실적을 부정적으로 표시하려는 노력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외환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었는데 김정태 회장의 발언은 진상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외환은행 실적에 관한 진상을 왜곡하고 오도하는 발언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특히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6일 잠정 공시한 외환은행의 2014년 영업실적이 5780억 원으로 2013년도 4870억 원 대비 18.6%가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김 회장의 발언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환 노조, “외환은행 실적 당기순이익만으로 판단 안돼”

노조는 김정태 회장의 외환은행 실적부진성 발언이 주가 등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항임에도 부정적으로 표현해 자본시장법 위반인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주요 자회사로 외환은행의 실적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나 근로자, 예금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핵심자회사의 실적에 관한 허위, 과장 등 오인을 유발하는 공시나 최고위임원의 발언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초래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실제로 외환은행 지난해 실적이 나빠졌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오히려 타행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것.

우선 핵심이익이 타행과 비교해 월등히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핵심이익은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으로 구성되며, 은행의 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라며, “즉, 은행의 실적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상이익과 일회성·우발성 요소에 해당하는 비경상이익을 모두 포함한 당기순이익 보다는 핵심이익이 전년도와 비교하여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리고 타 시중은행들과 대비해서 어떠한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핵심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5.5% 늘었다. 신한은행이 같은 기간 1.4%, 국민은행이 -3.4%, 하나은행이 0.2%에 비교해 큰 성장이다.

또한 인건비와 고정비성 경비, 변동비성 경비 등 판매관리비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판매관리비는 전년과 비교해 2.0% 줄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8.4%, 국민은행은 -0.7%, 하나은행은 5.4%를 보였다.

타행과 비교해 영업이익 성장률이 크게 앞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18.6% 올랐다. 반면, 신한은행은 4.5%, 국민은행은 -4.3%, 하나은행은 14%를 보였다.

총영업이익경비율(CIR) 분석결과 타행과 비교해 영업 효율성이 높았다고 했다.

노조는 “CIR은 은행의 비용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서 CIR이 높을수록 창출한 영업 대비 경비가 많이 소요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CIR은 전년과 비교해 7.3%가 줄었다. 반면, 신한은행 7.6%, 국민은행 3.9%, 하나은행 -0.4%를 보였다.

모뉴엘관련 대손충당금 부당 계상, 당기순이익 과소상계 초래

▲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 실적이 타행에 비해 양호하다며 역분식마저 의심된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노조는 외환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 판관비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에 대해 몇가지 이유를 들었다.

모뉴엘관련 대손충당금이 부당하게 계상돼 이익이 과소상계된 것이라는 추정이다.

노조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외환은행은 2012년과 2013년 2년간 무모한 자산확대 전략으로 일관했으며, 그 결과 여신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는 바, 그 단적인 예로 모뉴엘에 대한 부실대출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은행의 모뉴엘 여신 급증에는 2012년 총대출 증대 캠페인이 핵심적 역할을 했는데, 총대출 증대 캠페인은 대출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모뉴엘 관련 여신을 주로 취급했던 가산디지털기업금융지점은 2011년 대비 2012년 잔액이 133억6000만 원에서 273억4000만 원으로 증가했을 만큼, 모뉴엘에 대한 외환은행의 여신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경영권을 장악한 2012~2013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타행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이익감소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모뉴엘에 대한 대출 총액은 1098억 원으로 이중 담보대출이 863억 원, 신용대출이 235억 원임. 그런데, 외환은행이 모뉴엘에 대하여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682억 원으로 신용대출건 235억 원을 차감한 447억 원이 담보대출건에 대하여 적립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담보대출건과 관련 보증을 제공한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하여 적립된 것.

그러나, 시중은행 중 모뉴엘 관련 가장 많은 익스포저를 가진 기업은행의 경우 총 여신 1510억 원(신용대출 510억 원 및 담보대출 1000억 원) 대비 대손충당금은 493억 원만 적립했고, 국민은행의 경우 총여신 525억 원(신용대출 235억 원 및 담보대출 290억 원) 대비 308억 원만 적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어 노조는 “즉 기업은행은 담보대출과 관련 대손충당금을 적혀 적립하지 않았고,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담보대출의 25%만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라며 “이에 반해 외환은행은 신용대출 전액, 담보대출의 50%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함으로써 타 은행 대비 과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이익 감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알짜’ 카드사업 분사, 이익 감소 초래

외환카드사업을 분사해 하나SK카드와 합병하면서 외환은행의 이익 감소가 일어났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2013년까지 외환은행은 카드사업부문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2012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1000억 원 이상의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라며, “그러나 2014년 하나금융지주는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카드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하자는 명목으로 외환은행으로부터 카드사업부문을 분할시켜 이를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SK카드와 합병했다”고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분할방식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하도록 함으로써 외환은행의 자본금 3조2245억 원 중 20%에 해당하는 6400억 원이 고스란히 하나SK카드에 이전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으며, 더구나 KEB하나카드는 통합 후 적자전환해 2014년 84억 원의 영업손실과 11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외환카드를 분사하지 않았다면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하나금융지주로 넘어간 카드사업부문은 더 이상 예전의 캐시-카우(Cash-Cow) 역할을 하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하나SK카드에 통합되어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외환은행의 카드사업부문이 분사되지 않고, 2013년의 영업이익이 동일하게 2014년 시현됐다고 가정한다면, 2014년 당기순이익은 약 500억 원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입장 좁히기 어려운 양측, 한동안 평행선 불가피

결국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발언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에 시행한 여러 일들에 대한 과오는 인정하지 않고 수치만 판단했다는 결론이다.

노조는 “특히 모뉴엘과 관련한 대손충당금의 과다 계상은 일종의 역분식(逆粉飾)이 의심되는 행동으로서 구체적인 경위 여하에 따라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1조의 주요경영사항 보고서 허위기재에 해당하여 형사책임 (같은 법 제444조 위반으로 5년이하의 징역 및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음)과 같은 법 제162조의 민사상 배상책임이 추궁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고했다.

이는 하나금융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의 ‘조기합병 잠정중단 가처분결정’을 유리하게 하고자하는 행위로 노조는 보고 있다.

김정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해지는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와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