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부터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와 잇따라 협상을 벌여오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다음주부터 복합할부금융 취급 1위인 삼성카드와 ‘본게임’을 벌일 예정이다.
19일 카드·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주 초 삼성카드에게 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재협상을 위한 공문을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사의 계약 만료일이 다음달 18일이라, 한 달 이전에 재협상 공문을 보내야 하는 절차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 측은 “설 연휴 직후 삼성카드에 차 복합할부 수수료율 계약과 관련한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며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1.3% 수준으로 인하 요청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말 KB국민카드·BC카드와 잇따라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을 벌였던 현대차는 현재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신한카드와의 협상마저도 본게임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삼성카드의 복합할부금융 취급액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의 복합할부금융 취급액은 2013년 기준으로 1조3000억원에 달해 2위인 신한카드의 6000억원보다 배 이상 많다. 지금까지는 준비 과정이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대차와 신한카드 양 측은 협상 기간 동안 “삼성카드와의 협상이 본게임이니 서로 힘 빼지 말자”는 입장을 주고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신한카드로서는 신한은행의 주력 고객인 현대차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고 현대차로서는 삼성카드와의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양 측은 협상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지만 서로 평행선만 달릴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딱히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양 측은 지난 15일 협상 기간 만료를 앞두고 협상 기간을 10일 연장했다.
현대차와 카드사와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이 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의 싸움으로까지 번져온 양상으로 볼 때 압도적인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차와 취급액 1위 삼성카드의 협상 결과가 미칠 파급력은 절대적이다.
현재까지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KB국민카드와의 협상에서 1.5%대의 합의를 이끌어 냈고 BC카드와는 아예 협상 결렬을 선언,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한카드와의 협상에서도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인 1.3%대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는 최근 업계 3위 쌍용차와 1.7%로 계약을 체결해 현대차와의 협상을 앞두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여기에 신용공여기간을 늘려 현대차의 논리를 봉쇄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혜택과 무관한 신 상품의 출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카드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본격화 될 3월 중에는 삼성카드의 신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요구 수준은 체크카드 수준인 1.3%대인 반면 삼성카드는 적격 비용 하한선인 1.7%대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 사 간에 맺어져 있는 계약에 따른 수수료율은 1.9%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 그룹의 자존심 싸움까지 걸린 이번 협상에서 향후 복합할부금융 판도를 좌지우지할 ‘빅뱅’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