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기요금의 일괄 인하보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손질해 저소득층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해 초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다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2009년부터 개편이 추진됐지만 ‘부자 감세’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번번이 실패한 바 있어 5년여 만의 재검토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는 평가다.
정부는 재검토의 근거로 정책적 요인으로 인한 비용부담 때문에 국제유가와 석탄가격 하락으로 인한 발전원가 감소요인이 상쇄되는 면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974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절전과 저소득층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1974년 도입, 초기 3단계로 설정된 것이 2004년 6단계로 조정됐다.
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것은 유독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이다. 산업용 전력의 경우 계절별로 단가 차이가 있을 뿐 누진제가 아니고 평균요금도 주택보다 싸다는 점에서 국민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대기업 특혜’에 대한 시비가 벌어졌다.
게다가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누적적으로 많아지다 보니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난방을 전기로 할 경우 요금폭탄을 얻어맞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최근 한전 등은 1인 가구 비중의 증가로 누진제의 소득 재분배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1인가구 비중이 누진제 설계 당시보다 5~6배 이상 증가하면서, 소득과 관계 없이 단순히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누진제의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급증 등 환경요인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누진제 구간 축소와 누진율 축소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유있는 계층의 요금까지도 줄여주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른바 ‘부자 감세’ 논란이 발생, 그간 번번이 누진제 개편 시도가 무산됐다.
산업부는 이를 고려해 저소득층에 대한 할인제도와 에너지 바우제 제도를 확대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 석탄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비용부담을 이유로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올 7월부터 발전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대 전기요금 약 2%에 달하는 원가상승부담이 생긴 점,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확대 정책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 분, 송변전선 주변지역 지원도 정부와 한전은 발전원가 상승요인으로 꼽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