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오락가락 ‘저가담배’ 정책, 민심 눈치만
정치권 오락가락 ‘저가담배’ 정책, 민심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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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아이디어 차원” vs 野 “꼼수 서민증세, 스스로 자인”

▲ 여야는 민심을 잡기 위해 연이어 저가담배 정책을 내놨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서둘러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최근 인상된 담뱃값이 저소득층에게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저가 담배 도입을 언급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과 함께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에서도 전병헌 의원이 봉초 담배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야당 지도부는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또 야당은 여당을 향해 국민건강을 생각해 가격을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게 하는 것은 꼼수 증세에 불과하다며 비판 공세를 퍼부었다.

민심을 잡으려 저가담배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역풍을 맞자 여야는 저가담배 정책에 대해 한 발씩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급하게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당과 야당은 민심을 우려해 저가담배 도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분간 저가담배 도입과 관련해목소리가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저가담배 추진 발언에 ‘뭇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저가 담배를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지만 비난 여론과 함께 당내 쓴소리가 거세지자 당장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설날 연휴 전, 새누리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원대대책회의에서 담뱃값 관련 저가 담배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새누리당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1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어르신들을 위한 저가 담배를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년층이 기초연금 조금 올려주고 담뱃값 올린 것을 두고 장난하느냐는 불만이 있으니까 저가 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을 한 번 고민해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담뱃값 인상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린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저가 담배 정책 추진을 두고 사실상 국민 건강과는 무관한 ‘꼼수 증세’인 것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나 설을 지내면서 저가담배 추진에 대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이에 여당은 발언을 자제하는 등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저가담배 도입 검토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당장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유 원내대표는 “서민층 사이에서 담뱃값 인상에 과도한 부분이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담뱃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이고 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당분간은 보완책을 검토한다 해도 내부적으로 할 일이지 당장 추진할 일은 전혀 아니다”라며 “국회도 관련법을 통과시켜준 부담이 있다”고 다소 유보하는 입장을 보였다.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23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담뱃값 인상을 할 때 국민 건강을 생각해서 담뱃값을 인상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지금 그 정책은 정책대로 가는데 막상 현장을 다녀보니까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경로당에 계신 많은 어르신들, 또 서민들이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니 어떡하느냐 고민을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정책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내 지도부의 저가담배 도입 언급에 당내 쓴소리도 거세졌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저가 담배가 거론될 그런 시점과 시기는 아니다”라며 “소속 의원들이나 또 전체적인 국민들의 의견을 좀 많이 수렴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가 싶다”고 유 원내대표의 발언을 지적했다.

정우택 의원도 23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저가담배 발언에 대해 “이렇게 일관성 없는 정책은 국민의 불만만 키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가담배 도입을 한다는 것은 저가담배 도입 문제로 국민건강은 사라지고 증세만 남은 것이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자꾸 금연 유도 정책으로 끌어가는 것이 그래도 이 나라의 정책이 올바르게 가는 것”이라며 거듭 저가담배 정책에 반대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도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저가담배 도입’ 논란에 대해 ‘신뢰를 잃은 정책’이라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새정치, 저가담배 도입 선 긋기…與 비판 공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저가담배 도입 발언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저가담배 정책을 내놨다.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봉초담배 등 저가담배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담뱃세 인상은 사실상의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과세로 조세불평등을 초래한다”며 “봉초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KT&G나 해외 담배회사들이 상품을 생산·출시하도록 유도한다면 담배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늘어나고 저소득층이 저렴하게 담배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최고위원은 “담뱃세는 지방세법·국민건강증진법·개별소비세법 등이 규정하는 다양한 항목의 세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에 이어 야당에서도 비판이 잇따르자 전병헌 최고위원의 봉초담배 정책과 관련해 야당은 정책위나 원내에서는 한 번도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면서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 공세를 가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설 연휴 직전에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담뱃값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노년층을 위한 저가담배를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고 해, 세 가지 점에 있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먼저 “새누리당에서 노인층을 위한 저가담배 도입을 시사한 것은 담배값이 2,000원 인상된 후 서민증세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는데다가 특히 흡연인구가 많은 노년층에서 담배값 인상을 추진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지지율 하락까지 야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이런 정치적인 이유로 담뱃값을 들고 나온 것이라는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집권여당대표의 저가담배 도입검토 발언은 결국 ‘담뱃값 인상은 세수 증대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정책’이라고 주장해왔던 자신들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자, 담뱃값 인상이 ‘꼼수 서민증세’였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1천 원 정도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발언 또한 무책임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노인층만을 대상으로 하여 저가담배를 공급한다는 것은 노인들에 대한 금연정책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흡연에 따른 노인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성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에 비난 여론이 일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할 것이 아니라, 저가담배 도입과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담뱃세 인상 주장 논거와의 상충관계를 명확히 해명하고, 저가담배 추진 논의를 번복한다면 번복하게 된 이유에 대해 국민들께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저가담배 및 담뱃값 인상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앞으로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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