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62년 만에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폐지하게 됐다. 우리나라 정서상 간통죄에 대한 위헌은 시기상조라는 반응과 함께 구시대적인 법의 폐지로 환영한다는 반응도 함께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보다 기본권 침해 판단…7대2로 위헌 결정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로 기소된 사건을 심리하던 의정부지법이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한 사건을 비롯한 총 17건의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7대2의 의견이 갈리면서 위헌(違憲) 결정을 내려졌다.
헌재는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위헌 의견을, 2명이 합헌 의견으로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사적 영역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간통죄로 인해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 성 풍속과 성 도덕, 사회질서와 공공의 안녕 등 공익보다 개인의 사적 영역 등 기본권 침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헌재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는 간통죄에 대해 합헌(合憲)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박한철 헌재소장, 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국가가 간통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면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며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다수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간통이 처벌되는 비율, 간통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에 비춰볼 때 형사정책상 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됐다”며 “부부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자녀의 양육, 면접교섭권의 제한·배제 등의 결정에서의 불이익 부여로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수 재판관도 “간통의 유형 및 구체적 행위 등에 따른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채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 행위자 및 상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라고 지적했다.
강일원 재판관 역시 “배우자의 종용이나 유서(宥恕)가 있는 경우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는데, 종용이나 유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합헌이라고 결정 내린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여성보호” “사회적 파장 우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지난해 5월 헌재법이 개정되면서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진 5400여명이 공소취소나 재심 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이 사라졌지만 이혼소송에서의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등 민사상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은숙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의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 재결합 여지가 없어진 점,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점, 실형 선고율이 낮다는 점을 꼽았다.
신은숙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기관은 물론,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사법기관에서도 간통죄가 논란이 있는 죄라는 걸 알기 때문에 사법기관이 비형벌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간통죄 폐지로 부부관계나 가족관계를 지킬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지는 않다”며 “간통죄라는 부분 자체가 그동안 그런 가정을 보호해줬는지 통계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제도 자체가 실제로는 폐해는 큰 반면, 가정을 실제로 보호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해이해졌다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우리 성인들의 성 의식 자체가 굉장히 문란해져 있고요. 부부간의 정조나 이런 것들은 사실 개인의 도덕이나 양심에 맡겨야 되는 거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법으로 봉쇄하고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부부간의 사이에서 도덕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부분이지, 실제로 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앞으로도 존치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나아질 거다? 이런 주장은 현실상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간통죄 폐지로 여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여자가 이혼을 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이 경제력”이라면서 “이혼을 하고 간통에 의한 정신적인 고통도 크지만 이혼하고 난 다음에 피해자인 여자의 삶을 봤을 때 경제력이 중요하다고 보면 차라리 의미 없는 간통죄를 폐지를 하고 위자료를 대폭 높여서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그게 실질적으로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답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간통죄가 있었을 때는 피해 배우자가 상대방을 간통죄로 고소하면 형사사건이 진행됐으며, 경찰 등 공권력의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배우자의 간통 증거를 확보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로 피해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 상향 등으로 민사적 책임을 강화하더라도 실제 유책 배우자의 간통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실효성이 있냐는 문제도 지적된다.
배금자 변호사는 “혼인 관계를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국가가 헌법상 의무를 국가가 다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도 같은 날 인터뷰를 통해 “사문화 됐다. 사람들이 드러내놓고 그런 짓을 하기는 어렵다”며 “설령 그 법이 보안이 있고 없고는 가정을 둬야 하는데, 이게 그 장치로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간통죄 형사적인 장치까지 제거해 버리면 이거야말로 법률로는 보호하지 않겠다, 일부일처제 보호되지 않는다”라며 “제한을 해야 그게 절제가 되는 거고 사람이 그게 행복의 원천이, 서로가 도덕성을 갖출 때 행복의 원칙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그거 보고 자꾸 뭐 시대착오적이다, 몰아가는 분위기 자체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 판결 두고 각계 반응 ‘시끌시끌’
헌재의 결정에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보수단체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여성단체간에는 환영과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간통죄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점을 들어 폐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성 민우회도 시대가 많이 변한데다,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간통죄 폐지를 환영했다.
반면 여성단체협의회는 간통죄 폐지로 인해 성(性) 도덕이 문란해질 수 있고, 여성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종교계도 완전한 폐지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수정‧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 간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은 “간통죄 폐지 좋아하는 분들, 창피한 체포와 구속, 형사처벌은 면할지 몰라도 ‘이혼 귀책사유’로 재산분할과 위자료, 양육비 등 ‘경제적 처벌’ 각오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길. 암튼 간통죄 유무와 상관없이, 결혼했으면 배우자에게 충실, 충성합시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네티즌은 “헌재의 간통죄 위헌선고. 사적 자치와 개인의 양심에 의한 사회 질서유지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이라는건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온다. 그럼 국민에게 있어 국가란 뭘까?”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어 다른 네티즌은 “간통죄 페지로 인한. 가정 사회. 끼치는 파장은 우리가 짐작도 못할 정도! 남 녀 부부! 상대에게 크나큰 마음의 상처와 배신감. 법으로나마 간접 보상심리로 여겨진 시대 였다, 없앤다면. 치정살인 같은 범죄자가 늘어날 것입니다”라고 향후 사회변화를 우려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사회는 성도덕이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이고, 또 규범으로서의 성도덕과 실제 성윤리는 괴리가 엄청 크다는 점입니다”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간통죄 폐지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 네티즌은 “바람+불륜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간통죄는 폐지되는게 맞는 것 같다”라며 “바람을 피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지, 국가가 개입할 일은 아니다. 바람피는 사람들은 법의 심판보다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