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국무총리가 포스코건설 임원들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포스코건설 황태현 사장과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책임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26일 오후 이완구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부패문제를 보여준 것”이라며 “비리나 횡령 등 위법·탈법 사항이 있을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감사실은 지난해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등 해외 건설현장 임원 2명이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100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들은 현지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 감사실은 이 사실을 황태현 사장과 권오준 회장에 보고했으나 황 사장은 지난해 8월 이들을 인사조치하는 데 그쳤고 포스코건설은 인사위원회도 개최하지 않고 업무상 과실 책임만 물어 보직 해임했고 현재까지 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본사 간부로 다시 발령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포스코 측은 “재발령을 받은 것은 아니고, 아직 회사에 적을 두고 있기때문에 비상근 임원 명단에 포함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까지 적을 두고 있으면서 버젓이 비상근 임원 명단에 포함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보수를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취임 초기부터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선포하며 ‘윤리·정도경영’을 꾸준히 강조해 온 장본인이 권오준 회장이라는 점은 이번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모든 임직원에게 ‘윤리규범 준수서약’을 받고 “윤리 준수를 통해 원칙과 기준을 중시하는 일하는 방식을 확고히 함으로써 부정직한 업무수행이나 비윤리 행위를 예방하고 근절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윤리·정도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1차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한 황태현 사장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하다. 지난해 4월 취임한 황태현 사장도 ‘윤리 경영을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될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사건이 커지기 전에 조용히 덮으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부진과 부실공사, 횡령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포스코건설이 다시 과거로 회기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포스코건설 뿐 아니라 포스코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인사조치로 화를 더 키운 권오준 회장과 황태현 사장의 임시 방편 조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정작 달라진 게 무엇이냐”며 권오준 회장과 황태현 사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포스코건설 감사실에 따르면 이 같은 관행은 해외사업장 곳곳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부 증언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태가 더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향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