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관 피습, 정치권 이념논란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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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종북좌파 소행” 野 “개인 범죄”

▲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는 여당의 공세에 경계심을 높였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여야 모두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여야 간 시각이 조금 엇갈려 정치권 내 이념 문제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종북 좌파세력의 테러로 규정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개인의 우발적 범죄문제로 일축하며 사건조사 경위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野 “개인적 범죄” 與 “단정 짓지 말라”

여권 일각에서 ‘종북좌파의 테러’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념적 배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새정치연합은 경계심을 높였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피습한 김기종 씨와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열어 “내가 잘 아는 선배”라며 “김 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문화운동 연합회를 만들고, 독도지킴이 운동 등을 그동안 세게 해왔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 변인은 성균관대 81학번이며 김 씨는 같은 대학 법대 80학번이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돌출행동은 그동안 많이 했던 분이라 보도에도 나왔지만 일본대사관에 돌을 던진 적도 있고, 분신한 적도 있다”며 “동문회 차원에서 분신했을 때는 치료비를 걷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변인은 “(김 씨는) 졸업 후에도 ‘우리마당’ 활동을 했었고, 독도 서명운동도 했는데, 워낙 개인적인 돌출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활동하는데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조금 활동하는데 어려움도 겪었을 것이고, 지지를 못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김 씨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건가’라는 질문에 “수사를 해봐야 알지 않겠는가”라면서 구체적인 답변은 자제하면서도 “돌출적으로 행동한 양상이 있어서 주변 분들이 걱정을 해 왔다”고 답했다.

그는 또 “분신하고 오랫동안 병원에서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도 걱정했는데 갑자기 오늘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면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는데 삶의 과정에서 면면들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대변인은 “개인적인 범죄행위에 대해 이념논쟁이 불필요하다”고 선을 긋고 “당시 NL이나 PD 등에 대한 구분이나 논쟁은 없었고, 문화패 활동 등을 하면서 독도 되찾기 등에 대한 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념문제라기보다는 극단적 민족주의자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사상 초유의 주한미국대사 테러를 가볍게 여기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제 있다”며 “‘개인적 돌출행동’이라며 서둘러 선긋기에 대해 나선 것이야말로 부적절한 돌출행동”이라고 질타했다.

권 대변인은 “그간 대부분의 이념논쟁은 야당의 이 같은 진중하지 못한 상황인식 때문에 촉발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사건의 자세한 내막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단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개인 돌출행동’로 단정 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또한 그는 “테러범을 ‘극단적 민족주의자’로 미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민족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한미동맹을 테러한 자를 어떻게 민족주의자로 호칭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한미동맹 관련 인식에는 여전히 혼란이 있는 것 같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與, 종북 세력 규정

 

새누리당은 이번 피습을 저지른 김 씨를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배후설을 강력히 내세웠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제까지 밝혀진 테러행위자의 과거 행적이나 오늘 구호를 봐서는 분명히 친북 내지 종북성향의 사람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키리졸브 한미합동훈련이 시작하는 이 기간에 일어났고 이를 전쟁연습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이런 종북좌파들이 동맹국 대사에 테러를 하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번 범인의 배후를 철저히 가려 국민에게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범인은 반미 종북세력의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테러의 진상과 배후를 아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밝히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배후설에 가세했다.

한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 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면서도 당내의 종북몰이 공세에 역풍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또한,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김기종씨 개인은 여러 가지 전력, 현장에서의 활동 및 구호 등을 보면 종북주의자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나 의원은 “이것이 개인적이냐, 조직적이냐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며 조직적 배후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기종씨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 되겠지만 그런 인물을 민족주의자라고 저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거의 한 마디로 극단적 테러리스트”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이 이른바 종북몰이로, 공안 분위기 조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런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그 동안에 어떤 종북 문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한가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 이런 문제점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 않냐”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기화로 해서 마치 무슨 마녀사냥이다, 종북몰이다 이런 것도 활용하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도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아주 극단적인 일탈행위이다, 여기서 그치도록 해야 되고 이 사람들이 속한 단체나 행적에 대한 조사는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野, 여당 공세 경계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거듭 우려하면서 테러에 대한 강력한 규탄의 뜻을 재확인하고 수사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한미 동맹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한미동맹 훼손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정부와 여당은 이번 미 대사 피습 사태를 공안몰이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사태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며, 갈등의 원인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 한미동맹을 공격했다는 과도한 주장은 적절치 않다”며 ”우파와 좌파, 진보와 보수라는 것과 무관하게 폭력적 테러는 인류 보편 가치와 상식 선에서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철저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이 새누리당이 유 대변인의 간담회에 대해 ‘부적절한 돌출행동’이라고 비판한 가운데,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여당이 야당을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면서 “모두가 빨리 앞장서서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맞다. 이것을 정치적 공세로 나서려고 하는 것인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서 원내대변인은 “여당은 여당답게 빨리 수습하고 철저히 수사하려고 애써야 한다”며 “이런 식의 정치적 공세는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가장바람직한 것은 빨리 수습하고 철저히 수사해 범죄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인 김한길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 우리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통위원인 정세균 전 대표 역시, 성명에서 김 씨에 대한 응분의 책임과 함께 “우리사회가 불필요한 이념논쟁에 휘말리거나 공안정국으로 이어지는 불상사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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