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비비큐(BBQ)가 동네치킨집을 상대로 벌인 갑질에 일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치킨집 주인 김모씨는 자신의 가게 간판에 그려진 닭 그림이 회사의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BBQ로부터 고소당했다. 김씨는 곧바로 간판에서 닭 이미지를 삭제하고 선처해줄 것을 호소했으나 BBQ측은 소송을 멈추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검찰은 BBQ측이 김씨 가게를 상대로 주장한 상표법 위반에 대해 “혐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BBQ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재판에서 법원은 검찰 측의 결정과 같이 BBQ측 패소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의 소송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치킨집은 문을 닫았다. 2년 동안 진행된 법정 소송을 견뎌낼 힘도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 BBQ 불복 항소 가능성…김씨의 끝나지 않는 고통
2013년 서울 강남의 한 동네 치킨집 주인 김씨는 업소 간판에 새겨진 닭 그림이 BBQ 상표에 사용된 그것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BBQ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에 김씨는 간판에서 닭 그림을 내렸다.
4일 보도된 <KBS 뉴스> 방송분에서 김씨는 “일부러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며 “대기업에서 그렇게 나오니까 너무 겁이 났다”고 토로했다.
1차 형사소송에서 검찰은 “비비큐 상표의 핵심은 닭이 아니라 문자에 있다며 김씨 가게의 닭 이미지는 상표법 위반 혐의가 없다”면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BBQ는 물러서지 않고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또 다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두 이미지의 생김새와 색감이 비슷한 것은 공통 소재인 닭을 단순화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현저한 유사성은 없다”며 검찰과 마찬가지로 BBQ 측 패소 판결했다.
2년 가까이 진행된 소송에서 이겼지만, 현재 김 씨는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상태다. 또한 소송과정에서의 경제적 손실과 자신감 상실로 다른 업종에서의 재기도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고통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BQ측이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닭 그림 쓰면 모두 BBQ?…비난여론 ‘부글부글’
김씨의 사연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비난여론이 들불 같이 일고 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아이디 ‘usz****’ 의 블로거는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복잡한 닭의 형상을 단순화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도용의 오해소지가 있었다고 판단 될 만큼 (동네치킨집과 BBQ 마크 사이에) 유사성이 있었지만 법원은 BBQ 로고의 포인트는 그림이 아닌 영문 글자에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실 나조차도 BBQ 로고에 닭 그림이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들도 잘 홍보하지 않는 닭 그림을 가지고 잘못을 인정하고 간판을 처분하며 용서를 구하는 영세업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 뿌리째 말려 죽이려고 하는 잔인한 형태에 구역질이 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 블로거가 올린 글에 아이디가 ‘tis****’인 한 네티즌은 “동네 치킨집을 상대로 형사고소에 민사까지 해서 꼭 망하게 만들어야 했나...그렇게까지 따라한 것도 아닌데”라고 덧글을 달았다.
한편, 트위터를 통해 BBQ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닉네임 ‘pso****’인 한 누리꾼은 “BBQ의 갑질에 우리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줬으면 합니다”라면서 “BBQ 모든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합시다”라고 말했다. 닉네임 ‘dig****'는 “여러분 BBQ는 부도덕한 기업입니다. 불매운동 부탁드립니다”라고 게재했다.
다만 몇몇 네티즌들은 불매운동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이다 ‘tif****’인 네티즌은 “갑질에 분개는 한다”면서 “그렇다고 동네 지점에 불매운동을 하자니 가맹점주들도 결국 을들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 가맹점주들은 언제 ‘을의 굴레’ 벗을 수 있나
BBQ의 갑질이 동네 치킨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횡포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BBQ는 가맹점주들에게 홍보물 구입을 강제한 혐의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34부는 가맹점주들이 BBQ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BBQ는 판촉물 29종 중 24종의 판촉물 구입비용을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해 가맹점 사업자들이 71억원의 판촉비용을 부담했다”며 “하지만 BBQ는 가맹점과의 분담관계 및 그 기준에 대해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판촉 행사에 대한 가맹점 사업자의 자율적인 참가 여부와 배포 받을 판촉물의 수량에 대해 미리 신청 및 동의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품질저하로 고객들의 불만을 초래한 일부 판촉물을 공급하기도 했다”고 밝히면서 13명의 가맹점주에게 49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에도 BBQ가 가맹점들을 ‘을’로 취급하는 병폐는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14부가 최씨 등 점주 4명이 BBQ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씨는 2012년 2월 서울 서초동에 치킨 카페를 개업했는데, 이 과정에서 본사와 3년 약정의 가맹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보증금 1억원과 권리금 2억원 등 총 3억4000여만원을 지불했다.
당시 BBQ는 계약서에 “투자금 대비 연간 5%를 3년 동안 최저수익으로 보장한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BBQ는 최씨의 점포가 영업 시작 후 2년만에 총 9516만원의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수익을 보전해주지 않았다.
이에 최씨는 다른 가맹점주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하고 2014년 1월 가맹점 계약을 해지했다. BBQ는 소송을 제기한 前 점주들은 최저수익 보장 대상이 아닌데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했다며 맞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BBQ는 가맹계약 체결 후에야 최씨 등이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수익 보장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했고 이를 가맹점주들에게 제시하지도 않았다”면서 “최저수익 보장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잇따라 불거진 ‘갑질’ 논란으로 인해 가열 양상을 띠고 있는 ‘기업-가맹점’ 간 갑을 관계 병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BBQ 한곳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합의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영세업자가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이어진 BBQ의 소송 공세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