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중개료’에 헌법소원…연내 적용 물 건너 가나
‘반값중개료’에 헌법소원…연내 적용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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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협회 “상한요율제는 위헌”…소비자 피해 커질 듯

 

▲ 12일 공인중개사협회가 현행 중개 보수 체계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확정한 중개 보수 체계 개정 권고안의 도입이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 잇따라 보류되고 있는 가운데, 공인중개사협회가 국토부의 개정 권고안과 현행 중개 보수 체계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사실상 당분간 ‘반값 중개료’ 도입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중개사협회)는 헌법재판소에 현행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청구에서는 중개보수 상한요율제의 위헌성, 자격 취소 정지 및 등록취소·업무정지의 위헌성, 처벌조항의 위헌성, 중개보수 지급시기 규정의 위헌성, 주택관련 중개 보수를 지방의회 조례에 위임한 점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한요율제, 과잉금지 등 위헌성 다분”
상한요율제와 고정요율제 사이에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중개사협회는 특히 현행 및 개정안의 상한요율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중개사협회는 청구서에서 “중개보수 한도 규정이 개업 공인중개사의 보수 상한을 규제하고 이를 초과해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직업 수행의 자유 및 계약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자격증 소지자와 달리 공인중개사 보수만 상한을 법령으로 정한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지자체들의 중개 보수 관련 조례에는 매매 및 전세의 금액별 구간 대부분에서 일정액 이하에서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른바 ‘상한요율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선안'을 통해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의 주택 매매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기존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추고,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전·월세 임차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했다. 관행적으로 국토부의 권고안은 지자체 조례 개정에 그대로 적용돼 왔다.

중개사들은 이 상한요율제의 폐해가 너무 크다며 끊임없이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지난해 국토부가 일부 구간에서 전세 중개 보수가 매매 중개 보수를 넘는 ‘역전 현상’을 개선하고 중개 보수를 현실화하기 위해 중개 보수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구간을 신설하고 요율을 내리면서도 상한요율제를 그대로 적용해 갈등의 불씨가 돼 왔다.

최근 중개사협회 한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현재의 협의는 진정한 협의가 아니다”라며 “현재처럼 미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사후에 협의를 하려고 하니 할 수 없이 중개사는 소비자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 보수 요율을 낮춘다면 반드시 고정요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초저율로 해놓고 그마저 절반으로 낮춘 뒤 고정율도 못 하게 또 협의를 하라고 만들면서 중개업무시마다 옥신각신 싸우게 만들어 결국 소비자가 주는 대로 받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거센 비난을 가했다.

이처럼 상한요율제와 고정요율제를 놓고 불거진 갈등은 지자체를 잇따라 강타했다. 경기도의회가 국토부의 권고안과 다르게 중개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고정요율을 적용한 조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자 경기도 집행부는 물론 시민단체와 정부까지 나서 거세게 반발한 끝에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일명 ‘경기도발 중개료 파문’은 전국을 강타, 세종시와 전북에 이어 서울시와 인천시까지 중개 보수 개정 조례안 심의를 미루게 만들었다. 현재까지 국토부의 권고안을 받아들인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곳은 전국에서 강원도가 유일하지만, 강원도의 주택 사정상 신설 구간인 매매 6~9억, 임대 3~6억에 해당하는 주택 수량이 적은 편이라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가뜩이나 지자체가 잇따라 심의를 보류하면서 반값 중개료의 적용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에 제기된 헌법소원이 본안심리로 들어갈 경우 연내 시행도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헌재 본안심리 들어갈 경우 연내 적용 어려울 듯
한편 이날 중개사협회가 제기한 중개 보수 체계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원고 적격성, 청구 기간, 자기관련성, 보충성 등 각 요건들이 적격성을 갖췄다고 판단해 각하하지 않고 본안판단으로 들어갈 경우 이른바 ‘반값 중개료’의 적용은 올해 기약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서류 접수 후 30일 내에 본안 심리 개시 여부를 판단하고, 본안 재판이 개시되면 180일 내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180일이라는 규정은 강제적 규정이 아닌 훈시적 규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180일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따라서 만약 헌법재판소가 중개사협회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본안심리에 돌입하고 선고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올해 내로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자체들 역시 가뜩이나 논란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룰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이미 서울시의회의 보류 결정으로 봄 이사철 성수기를 앞두고 거래를 준비하던 소비자들은 소위 ‘반값 중개료’의 혜택을 보기 어려워진 상태다.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시민들의 경우 원래대로 개정 조례안이 통과됐을 경우 이르면 4월부터 새 중개 보수 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의 보류 결정으로 빨라야 5월 말로 대폭 늦춰진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를 개정할 당시 공인중개사협회와 소비자단체가 모두 참여했다”며 “중개사들의 생업 부분 등을 고려해 왜곡이 가장 심한 부분을 개정한 것인데 이제와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빠르면 4월 초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중개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봄 이사철에 중개보수 개정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해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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