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13일 개최된 가운데 논란이 뜨거웠던 사외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주총장이 소란스러웠다. 한 주주가 김한중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평가 기준을 제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한중 연세대 교수(의학)와 이병기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사외이사 선임 논란의 중심에는 김한중 교수가 있었다. 김 교수가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 모듈 금형을 납품하는 ‘차디오스텍’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 교수는 치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성광학원의 이사로 재직 중인데, 성광학원의 경우 차디오스텍의 대주주다.
상법 제382조 6항에 따르면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사외이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평가 기준 내놔라” VS “삼성전자 발전 고려”
이날 주총은 주주에게 자유로운 발언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권 부회장은 사외이사 선임 발표에 앞서 “상법 제 542조의 8에 의하면 회사는 3인 이상 14인 이하의 이사를 두어야 하며 총 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한다”며 “지난 2월 13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5인, 사내이사 4인 총 9명이 현행이사의 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먼저 밝혔다.
김한중 교수의 재임권과 관련해 권 부회장은 “김한중 후보는 연세대학교 총장 출신으로 지난 3년간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외에서 관련 절차에 따라 김한중 후보를 사외이사로 재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주주는 “듣기로 김한중 후보께서는 지난 3년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서 단 한 차례도 이사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셔서 성실하게 해당직무를 수행하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김한중 후보에 대한 사외의사 추천 건에 동의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또 다른 주주가 사외이사의 평가기준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주주는 “사외이사가 어느 정도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검증여부에 대해서 의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사외이사 추천에 대한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해주셔야 한다”고 권 부회장에게 요청했다.
이어 그는 “상법 제 382조에 근거해 사외이사든 비상임이사든 비사내이사든 이사로서 선임되고 나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위해서 앞장서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지적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김한중 교수를 염두에 두고 나온 발언이다.
또 그는 “삼성전자에는 사추위(사외이사 추천 위원회)가 있는데 적어도 경영진 내에서만 사추위를 추천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도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분도 한 두분 참여를 해서 사추위가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추위를 선정하는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권 부회장은 “지난 3년간 김한중 교수께서는 여러모로 공헌도 하셨고, 여러가지 제안도 하셨고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첨부한 것도 아닌데 제시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권 부회장의 답변이 나오자마자, 사외이사 평가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던 해당 주주는 “조금 전 의장님께서 ‘사외이사 평가 기준을 밝힐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사외이사 평가기준이 없다는 얘기는 우스운 얘기다”라며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은 모호한 얘기고 모호한 얘기는 한편으로는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회사에 유리한 사람을 제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권 부회장은 “저희는 (해당 주주에게)발언기회를 주지 않겠습니다”라면서 “평가기준이라는 게 점수로 못 매긴다는 말이고, 삼성전자의 발전을 위해 (사외이사 선임을)정하는 것이지 시험을 봐서 못 다니고 그런 평가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주주는 “언어적인 수법으로 희롱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평가기준을 밝혀주셔야 한다”고 또 한 번 강조했다.
사외이사 평가 기준을 두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와 권 부회장의 공방으로 주총장이 계속 소란스러워질 조짐을 보이자 또 다른 주주가 발언권을 받아 “평가기준 없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라면서 “후보추천위원회가 있고,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과 경륜과 신망성과 회사 기여도를 적절히 평가해서 추천을 하신 거 아닙니까. 우리 주주가 경영진들을 믿고 해야지, 그걸 못 믿을 것 같으면 우리가 여기 왜 와 있습니까”라고 사외이사 평가 기준을 요구하는 주주에 반박했다.
이외에도 몇몇 주주들이 해당 건에 대해 동의하는 발언과 박수로 삼성전자 측에 힘을 보태면서 김 교수의 사외이사 재임은 그대로 통과됐다.
한편, 다음 순서로 이병기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건이 상정됐다. 권 부회장은 이 교수에 대해 “현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시며 국제 전기전자학계 회장까지 역임하신 전기전자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써 지난 3년간 사외이사로써 우리회사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설명했고, 이 교수 재선임 건의 경우 김 교수의 경우와는 달리 별 이견 없이 통과됐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