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물산 CS팀 직원들이 전날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소액주주 강모(62) 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미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강모 씨는 2010년 서울 길음동 삼성래미안아파트를 구입한 후 주차장 소음에 시달려 5년째 민원을 제기해 오던 민원인이자 삼성물산의 소액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된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삼성물산 직원들은 단체대화방을 통해 조직적으로 강씨의 생활을 감시하고 보고했다.
직원 27명이 모인 단체대화방에는 “(대상자의) 불이 안 켜져 있음”, “현재 길음역”, “타는 거 확인하고 최 대리는 업무 복귀”, “역에서 대기하는 유 과장이 민원인 모시고 aT센터로 이동하고 나머지 직원은 뒤로 빠지시기 바랍니다” 등 여러 명이 실시간으로 강모 씨의 행적을 감시하면서 정보를 공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화방에는 이동하는 강모 씨의 사진까지 무단으로 촬영돼 공유됐다.
강모 씨는 이날 열린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했고, 이 직원들은 강모 씨가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안내한 후 강모 씨의 주변에 배치돼 돌발행동에 대비하라는 명을 받았다. 강모 씨가 발언 대본을 준비했다는 대화에 이어 발언이 예상된다는 말에 “ㅇㅋ 지랄 떨면”이라는 대화마저 올라와 주총에 참석하는 소액주주의 발언에 대한 폄하마저 자행됐다.
이어 주총에서 강모 씨가 소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후 현장을 떠나자 “수고들 했어요”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친화적 주주총회’를 모토로 내걸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지만, 주주들이 문제가 될만한 발언을 하면 주변의 제지로 발언이 중단되는 모습이 여러 번 연출됐다.
파문이 확산되자 삼성물산 측은 “미행이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무조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고 강 씨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무엇보다 당사자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즉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 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빠르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