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후계자 경영 점수, 대부분 ‘낙제’ 가까워
그룹 후계자 경영 점수, 대부분 ‘낙제’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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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신동빈, 이재용은 평균 하회…대부분 평가 박해

 

▲ KBS가 주요 그룹 후계자들의 경영 능력 점수에 대해 전문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후계자들이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KBS

국내 굴지의 대기업 그룹 후계자들의 경영권 승계가 한창인 가운데 후계자들의 경영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KBS 탐사보도프로그램 <시사기획 창>에서는 30대 재벌 그룹 후계자들의 경영 능력에 대한 전문가 조사를 실시한 내용이 방영됐다. 이 조사는 기업 지배구조 전공 대학 교수 12명, 증권사·자산운용사 추천 애널리스트 및 펀드 매니저 20명 등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평가 대상은 삼성그룹의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현대차그룹의 정의선(46) 현대자동차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61)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48) 신세계 부회장, 한진그룹의 조원태(41) 대한항공 부사장, 두산그룹의 박정원(54) ㈜두산 회장, 대림그룹의 이해욱(48) 대림산업 부회장, OCI그룹의 이우현(48) OCI 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세창(41) 금호타이어 부사장, 현대그룹의 정지이(39) 현대U&I 전무, 효성그룹의 조현준(48) 효성 사장 등 총 11명이다.

LG그룹의 구광모 ㈜LG 상무와 한화그룹의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등 몇몇은 임원으로 승진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제외됐다.

◆평균 37.6점…전반적으로 평가 박해
전문가들은 경영 능력 평가를 위한 항목으로 승계 과정의 정당성, 회사 발전 전망, 조직 장악력, 노사관, 전문성 등 총 5개를 제시하고 각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측정했다.

승계 정당성은 지금의 위치까지 오면서 투명한 검증이나 경쟁을 거쳤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조직 장악력은 임원으로서 조직을 장악하고 주요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항목이고, 전문성은 기업을 이끌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노사관은 사회 갈등으로 확산되는 노사 문제에 대해 합리적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회사 발전 전망은 이들이 승계하는 회사가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항목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박했다. 5개 항목의 전체 평균은 승계정당성 28점, 조직 장악력 47점, 전문성 38점, 노사관 36점, 회사 발전 전망 39점으로 나타나 100점 만점인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기 힘들다. 항목 전체 평균은 37.6점에 그쳤다.

특히 전문가들의 주관식 답안에는 ‘검증미흡’, ‘성과미흡’, ‘판단유보’, ‘능력부족’ ‘카리스마부족’, ‘부도덕’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조사 대상 대부분이 낙제점을 받은 것은 경영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 준 3세들이 없었고, 상당수의 3·4세들이 불법 등 도덕성 문제와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신동빈 회장, 골고루 높은 점수로 1위

▲ 주요 그룹 후계자들 중에서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골고루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1위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균치에 약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아든 반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롯데그룹

대상별로 살펴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반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승계 정당성에서 평균 이상인 37점을 얻었고 조직 장악력 62점, 전문성 54점, 회사 발전 전망 54점으로 평가돼 50~60점대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다만 롯데그룹의 노사 관계에 대한 이미지가 반영된 듯 노사관에서 37점으로 평균치를 얻는 데 그쳤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대상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승계 정당성에서 29점을 얻는 데 그쳤지만 조직 장악력 55점, 전문성 47점, 노사관 42점, 회사 발전 전망 51점 등 나머지 4개 항목에서 골고루 40~50점대의 점수를 획득했다. 특히 회사 발전 전망 부문에서 롯데, 신세계에 이어 3번째로 높다는 점은 정의선 부회장의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균치에 약간 못 미치는 점수를 얻었다. 조직 장악력 부분에서 51점을 얻어 평균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승계 정당성 부분에서는 승계 과정에서의 각종 논란 탓에 2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얻는 데 그쳤고, 전문성 35점, 노사관 38점, 회사 발전 전망 37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그룹에 대한 발전 전망이 평균인 39점에 못 미치는 37점에 그친 점과 전문성이 평균인 38점에 못 미치는 35점으로 나온 점이 이채롭다. 최근 삼성그룹은 실적 악화 여파로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승계 정당성과 회사 발전 전망만을 놓고 보면 박정원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이우현 OCI 사장 등은 평균치에 수렴했다. 정지이 현대U&I 전무, 조현준 효성 사장, 조원대 대한항공 부사장은 낮은 위치에 분포됐다. 특히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두 부문에서 각각 최하점을 기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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