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주총 데이’가 개막한 가운데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선호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미 임기가 끝난 ‘관피아’들을 재등용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지난 13일 제5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신세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였다.
신세계는 이번 주총에서 손인옥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사외이사에 재선임했다. 손 고문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상임위원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부위원장을 역임한 그야말로 공정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현재 손 고문이 근무하는 법무법인 화우는 신세계와 롯데 간 ‘인천종합터미널 전쟁’과 관련해 신세계 측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상법 제382조 6항에 따르면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사외이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이번 재임용에 ‘부적절’하다는 평가와 함께 로비스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섞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 사외이사, 김영란법에 맞서는 왜곡된 ‘대항마’ 되나
한편, 신세계는 각 계열사의 사외이사 자리에도 ‘관피아’출신 인사들을 빈틈없이 채워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경우 박재영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김성준 전 청주지검 차장검사를 사외이사 자리에 새롭게 앉혔고,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재등용됐다.
신세계푸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출신의 노연홍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부총장을 사이외사로 선임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 손건익 전 보건복지부 차관, 정진영 전 청와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신세계 그룹이 선임한 사외이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세청이나 공정위, 전직 검사출신 고위 공무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외이사들이 각종 재판이나 로비 청탁을 위한 대항마로써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부분이다.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자 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이에 신세계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를 ‘관피아 출신 선호’라는 왜곡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신세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그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되는 것은 관료들이 퇴직 이후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이 공직자윤리법상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크다. 해당 법안은 퇴직 전 5년 동안 유사한 분야에서 밀접하게 업무상 관계를 맺어온 경우만을 제한하고 있다.
또 최근 김영란법이 통과된 것과 감안하면, 향후 청탁 등의 로비가 제한될 경우를 대비해 기업들이 ‘관피아’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등용하는 등의 문제가 확산될 수 있는 여지를 애초에 뿌리뽑기 위한 법적조치의 완비도 중요해 보이는 상황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