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조탄압에 몸수색도…직원은 여전히 ‘을’
이마트, 노조탄압에 몸수색도…직원은 여전히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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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논란 ‘취업규정’, 수정해도 크게 달리진 것 없어
▲ 지난 5일 이마트 점장과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홍보활동과 가입을 막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마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취업규칙에 ‘소지품 검사 항목’을 포함시켜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뉴시스

이마트가 지난해 7월 취업규칙에 ‘소지품 검사 항목’을 포함시켜 인권침해 논란을 빚기 전에도 이미 사내에서는 노조와 사측 간 갈등이 심화될 만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노동조합에 대한 홍보활동과 가입을 막은 혐의로 이마트 점장과 직원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이기리 판사)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이마트 공항점 박모(47)점장과 창원점 박모(35) 캐셔파트장에게 벌금 각 200만원을, 공항점 온라인몰 심모(38) 파트장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이마트 공항점의 박 점장은 작년 1월 김모 교육선전부장이 직원식당 앞에서 직원들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을 보고 “내가 사용자니 내 허락받고 노조 활동해라. 다 필요 없으니 나가라”라고 말하며 직원들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사전 차단한 혐의를 받았다.

이날 같은 지점의 심 파트장은 캐셔 대기실에서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홍보활동이 있자, “캐셔 직원들이 힘드니까 여기서는 못 한다”면서 이를 가로막았다.

창원점의 박 캐셔파트장은 작년 7월 캐셔직원 55명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노조 가입은 나쁜 게 아니지만 조금만 생각 해 보시고 가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기재하는 등 노조 가입을 만류했다.

◆ 소지품검사에 몸수색까지

이마트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마트노동조합은 지난 4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이마트 측 반인권행위에 대해 진정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가 취업 규칙에 소지품검사조항을 포함시킨 일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작년 7월 이마트 중동점에서는 관리자가 사원 락카를 무단수색하고 물품을 압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노조가 같은 해 9월 불법수색 혐의로 정용진 부회장을 포함 이갑수 이마트 영업총괄부문 대표이사, 김해성 이마트 경영부문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자 이마트는 ‘관리자 개인의 일탈행위일 뿐’이라고 해명하며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소지품 검사를 즉각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변경된 취업규칙에서도 여전히 소지품검사와 신체수색을 허락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노조에 따르면 작년 9월 취업규칙 제 47조 소지품 검사 조항에서 이마트는 ‘사내의 질서유지와 위해(위험과 재해) 예방을 위해 사원의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검사 또는 검신을 행할 수 있으며 사원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단 검신 시에는 피검사자가 지명하는 사내 동료 1인의 입회 하에 실시한다. 이 경우에 회사는 사원의 인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충분히 유념해야 한다’고 명시했었다.

사내규칙에 ‘소지품 검사’ 항목을 거부 불가능한 것으로 기재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검신’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마트를 향한 ‘인권유린’ 비판은 뜨겁게 일었다. 검신 자체가 이미 인권침해의 소지가 충분한 행위인데 ‘인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충분히 유념할 것’이라는 부가설명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마트는 올해 3월 관련 조항을 전면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정된 내용에서는 ‘회사는 사내의 질서유지와 위해 예방을 위해 사원의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검사 또는 검신을 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원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말만 빠진 것이지, 소지품 검사와 검신 항목을 수정하거나 삭제한 흔적은 없었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회사가 여전히 사원들을 예비절도자로 간주하고, 소지품 검사를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경영진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검찰에 고발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인사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간 균형을 이룬 성장과 함께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공존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탄압 인사인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 상근 고문으로 여전히 재직중이고 윤명규 전 인사상무는 신세계 계열사 위드미FS의 대표이사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자로써 정 부회장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 정용진, 인권침해 고발 또?

앞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신년인사를 통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간 균형을 이룬 성장과 함께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공존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조탄압 혐의로 집행유예기간이 채 끝나지도 않은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이사와 윤명규 전 인사상무를 좌천시키기는커녕 중용하면서 그가 강조했던 ‘공존’과는 상반되는 행보를 보여 경영자로써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마트 노조는 지난 4월21일 취업항목에 여전히 ‘소지품 검사 항목’이 포함돼 있는 것과 관련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병렬 전 이마트 대표이사가 (이마트)상근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고, 윤명규 전 인사상무가 신세계 계열사 위드미FS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고 폭로했다.

실제 노조가 지적한 최병렬 상근 고문과 윤명규 대표는 작년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조직적 노동조합 탄압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인물들로, 아직 집행 유예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당초 이마트의 ‘노조탄압 사태’는 2013년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부당노동 혐의로 정용진 부회장 등 경영진 일부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서울고용청은 이마트 본사와 지점을 총 6번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112명과 피의자 23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집중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최 상근 등 임직원 14명은 직원들을 노동운동성향별로 분류한 정황이 드러났다.

먼저 이들 경영진은 직원들을 문제, 관심, 여론주도, 가족 사원 등 항목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직원들을 각 항목으로 분류한 후에는 미행 또는 감시도 서슴지 않고 이뤄졌다. 특히 ‘문제’와 ‘관심’ 항목으로 분류된 직원의 경우 다시 ‘노조 감염정도’를 기준으로 A, B, C, D, S 등 등급별로 재분류돼 감시 대상이 됐다.

당시 서울고용노동청 권혁태 청장은 “통신기록과 지휘라인을 살펴본 결과, 최 전대표(현 최 상근)가 이를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이마트 기업문화팀이 2011년 3월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며 최 상무와 윤 대표에 실형을 구형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이마트는 노조 관련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두고 있었다.

특히 ‘행동지침’항목에서는 ‘노조조직 움직임이 감지되면 10분 내 본사에 보고할 것’ 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또 고의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노조 관계자의 징계를 유도하는 ‘자폭조’ 운영에 관한사항을 외부 컨설팅 업체에 자문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마트가 소지품검사에 몸수색까지 허용하며 사원들의 인권을 침해한 정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노조활동을 감시하고 탄압한 혐의로 현재 집행유예기간도 채 끝나지 않은 인사들을 중용한 정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도 경영자로써 갖춰야 할 윤리의식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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