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 건설사 삼환기업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악화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삼환기업의 대주주 일가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사 선임을 부결시키는 파란을 연출했다.
23일 삼환기업이 주총 결과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삼환기업은 지난 20일에 열린 지난 63기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지만, 5명의 대상 중 최용권 명예회장의 장남 최제욱 상무와 신양호 상무보의 선임안건이 부결됐다. 최제욱 상무는 그간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해왔고, 신양호 상무보는 대주주 일가가 내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박상국 삼환기업 사장과 정화동 삼환기업 상무, 독고철 삼환기업 상무는 재선임됐다. 회사가 요청한 이사의 보수 한도는 원안대로 가결됐으나 감사의 보수한도 4억원은 2억원으로 삭감됐다.
최용권 명예회장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삼환기업 지분 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2.89%에 달하고 장남인 최제욱 상무 역시 1.9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64.71%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대주주 일가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1946년 고 최종환 회장이 창업한 삼환기업은 중동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등 줄곧 건설사업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2세 경영자인 최용권 명예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직원 폭행, 계열사 부당지원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최용권 명예회장은 지난 1월 완전 자본잠식이 예상되던 신민상호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삼환기업을 참여시켜 18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제시하던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 총수 일가 주식의 100대 1 차등 무상감자, 사재 출연 등의 요구를 모두 거부하는 등 성의없는 태도를 보였고, 이달 말까지 별도의 조처가 없는 한 상장폐지가 확실시되고 있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개별기준 207억원의 영업손실과 5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상태다. 소액주주와 노조 측은 책임은 지지 않고 경영권만 행사하려고 하는 경영진과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모임 등을 구성,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