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빈손으로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 정부 핵심 인사들을 반드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이에 전면 반대하고 있다.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시간만 흘러가고 있고, 이러다 청문회조차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당초 에너지 공기업 3사를 대상으로 31일과 내달 1일, 3일 청문회를 열고 7일 종합청문회 개최로 활동을 종료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명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청문회 무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MB 등 증인 채택 여전한 공방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29일 현안 브리핑에서 “언론과 시민단체가 대국민사기극인 MB표 자원외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국회 자원외교특위 청문회는 새누리당의 핵심증인 발목잡기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에 무엇을 감추고 싶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서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임 정부 시절의 핵심 인사 5명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워야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공세’ 운운하며 국정조사 특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 자회사 ‘날’ 인수 과정에서 1조 3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사업에서의 투자 손실액이 8000억원에 달한다는 점 등 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비리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서는 청문회 증인 출석에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대변인은 이어, “자원외교 청문회의 목적은 명확하다.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낭비한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실상과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규명하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이명박 전 대통령 등 핵심증인 5인방의 청문회 증인출석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계속 방탄청문회를 자처한다면 MB표 자원외교 실패의 책임도 새누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야당의 주장처럼 특정증인을 넣고 빼고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같이 증인채택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지만, 자원외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대출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2003년 이후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에서 116개 사업자들은 차입에 의해 이뤄졌고 앞으로 차입으로 투자해야 한다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3개 공기업의 부채규모와 영업이익을 감안할 때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면서 “각 사업의 수익성이 불투명하여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전반적으로 사업 구조 조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 증인 채택 곤혹스럽지만 朴心 외면할 수도 없고 …
새누리당이 이 같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고 인정한 것은 이전까지 자원외교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상당히 달라진 부분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해외자원외교 문제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점검’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변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부패척결’ 의지와 발걸음을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시작과 동시에 자원외교 문제 등 전방위적인 부패척결을 강력히 지시했고,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 같은 대통령 의중을 담아 대국민담화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특히, 이완구 총리는 지난 26일 공공기관 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냉철하게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현 상황이나 예상되는 문제를 제로베이스에 놓고 솔직해져야 한다. 지금쯤 솔직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일 난다”고 우려를 표했던 바 있다.
야당의 거친 공세와 더불어 청와대와 정부에서조차 이 같이 ‘부패척결’ 의지를 드러내면서 새누리당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양새다. 더 이상 MB 정권 인사들에 대해 감싸기하고 있을 수 없게 된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야당의 증인 채택 요구를 덜컥 수용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원외교에 문제가 있었다는 공감대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자원외교의 총체적 점검을 통해 나라 살림을 건실히 하고 투자효과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자원외교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자원외교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