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티은행의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열린 한국씨티은행 주주총회에서 노조 측이 회사의 세무조사 여부를 질문하면서 다시 논쟁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부진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씨티은행이 이날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487억원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54.0%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156억원으로 전년보다 47.2% 줄었다. 지난해 씨티은행의 경영실적이 반토막 난 셈. 2014년도 판매와 관리비는 2271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관련 비용 발생으로 전년대비 24.0% 증가한 1조83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거진 집안 문제에 씨티은행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씨티은행의 집안싸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부터 촉발됐다.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2011년 영업이익이 5501억원이었을 때 708억원을 지급했는데 2012년에는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2600억원인데도 경영자문료로 1367억원을 지급했다”며 경영자문료 기준에 대해 질문했다.
한국씨티은행이 미국 본사로 경영자문 용역비를 과도하게 지급하면서 배당세와 법인세 등 세금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배당세 경우 15%, 법인세는 24%인 반면 용역비의 부가가치세는 10%만 내면 되기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목적으로 용역비로 집행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당시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이에 대해 “이익의 규모와 상관없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으로 지급됐다”고 답변했지만 노조 측은 오히려 탈세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노사간 쟁점은 ▲배당금·해외용역비 미국 본사에 과다지급 ▲현재 받고 세무조사의 성격 ▲씨티은행 본점건물 매각대금 용처 등이다.
◆“해외용역비·배당금 왜 이렇게 많이 보냈나?”
노사간 대립이 가장 치열한 부분은 해외용역비와 배당금의 지급 적정성 여부다.
해외용역비는 씨티은행이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매년 지급하는 비용이며, 배당금은 한국씨티은행이 발행한 주식 99.98%를 미국 씨티은행법인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오버시즈인베스트먼트 가지고 있어 미국 본사로 대부분 유입된다.
따라서 해외용역비·배당금의 지급 규모에 따라 씨티은행의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노사간 의견이 가장 엇갈리는 구간이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이와 관련 “현재 자문료는 OECD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글로벌로 비교하면 한국 자산규모 2%정도인데 자문료는 1%에 불과해 큰 틀에서는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다”라면서 “배당과 관련해서도 배당 후 BIS자기자본비율은 16.9%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경영자문료 약 1600억원과 배당금 509억원을 합하면 약 2100억원을 초과했다”며 “당기순이익의 두 배 정도를 해외에 지급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로 내야할 몫이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해외용역비와 배당금으로 과도하게 빠져나갔다면 탈세의 혐의도 있다”며 “현재 받고 있는 조사에서 불법이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실제 배당의 경우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씨티은행은 보통주 1주당 160원, 우선주 1주당 210원의 배당을 실시해 총 배당금으로 509억2400만원 사용했고, 배당성향은 45%로 지난해(13.9%)에 비해 대폭 확대됐다.
◆ “진행 중인 세무조사, 특별세무조사 성격은?”
현재 진행 중인 세무조사의 성격에 대해서도 노사간 이견이 나타났다.
노조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7일 열린 주총에서 박진회 행장에게 “지난해 해외용역비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맞냐고 물었고 이에 박 행장이 맞다고 대답했다”며 “이번 세무조사가 해외용역비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성격인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노조의 특별 세무조사 의혹에 대해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박 행장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인정한 것은 맞지만, 이는 정기 세무조사에 대한 인정이지 해외용역비에 대한 집중조사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5월에 종료되는 세무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양측의 논쟁은 격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씨티은행 본점건물 매각대금 어디다가 쓸까?”
이달 초 씨티은행 본점의 매각 예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각 대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노사간 다른 시각차를 나타냈다.
앞서 씨티은행 하영구 전 행장 시절인 지난해 6월 본사 매각설이 나돌았을 당시 노조는 “본점 건물까지 매각해 뉴욕(미국 본사)에 충성을 맹세하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회사 측은 본점 매각에 대해 “매각과 관련해 본안에 대해 현재까지 사인한 것은 없다”며 “매각 대금은 이사 비용과 근무 환경 개선에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복수의 언론은 씨티은행이 본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마스턴투자운용을 선정하고, 자산 실사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실사를 통해 최종 매각조건을 협의한 후 다음달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조건인 책임임차 기간은 종전 12개월에서 9개월로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씨티은행은 책임임차 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초 서울 여의도 IFC로 본사를 이전할 것으로 예정이다.
서울 중구 다동에 있는 씨티은행 본점 사옥은 지하 6층~지상 20층, 연면적 3만9624㎡ 규모로 씨티은행의 지분 81%이며, 나머지 19%는 대견기업이 갖고 있다.
◆ “논란의 기술금융 혁신성 평가 패널티는 취소”
논란이 계속됐던 기술금융 혁신성 평가의 패널티는 취소되면서 이에 대한 불씨는 꺼지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은 기술금융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시중은행 8개 중에서 기술금융 공급규모에서 씨티은행은 7위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공개하는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의 지난해 12월 자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기술금융 자율공급 건수는 2건(1억원)이다. 1위를 기록한신한은행의 2065건(1조4609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미치지 못하는 건수다.
관행혁신 개선, 투·융자 복합금융, 신성장 동력창출 항목으로 이뤄진 혁신성평가에서도 씨티은행은 20.30점으로 8위를 받았다.
문제는 이같이 부진한 성적에 패널티가 부여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사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당시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하위권에 머물면 정책금융 출연을 계속 늘려야 한다”며 패널티 부과 입장을 밝혔다.
당시 노조 측은 “기술금융 낙제로 30억에서 100억까지 패널티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이면 당행이 최하위등급이 확실시 된다”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낙제점을 받은 은행에 대한 패널티 부과 방안을 취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사 측은 한숨 돌렸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사갈등 언제쯤 봉합되나

이같은 노사갈등은 근본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발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은행는 지난 6월 씨티은행에서 652명, 씨티그룹캐피탈에서 109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와 동시에 은행 점포 56개와 캐피탈 점포 8개를 통폐합하는 등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와 맞물려 해외용역비 논란이 노조 측의 심기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행장은 지난해 11월 당시의 구조조정에 대해 금융거래 환경의 급변에 따른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씨티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월평균 창구거래는 2006년 777만6000건에서 올해 6월 285만 7000건으로 63% 줄어든 반면, 인터넷·모바일거래는 같은 기간 1194만 9000건에서 3408만건으로 3배정도 늘었다.
다만 박 행장은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과 관련 “2017년까지는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생각이 없다. 비용이 급증하지 않는 구조에선 전혀 그럴 이유가 없다”며 “이미 생산성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 같은 박 행장의 발언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이다. 노조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박 행장이 추가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발언은 어느 정도 믿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미국 본사에서 구조조정의 압박이 들어오면 박 행장이 (구조조정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 상황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금리가 낮아지는 등 수익성이 높지 않아 미국 본사에서 언제든지 구조조정 지침이 내려올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해외용역비를 지급해 씨티은행의 수익성을 낮추는 것은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시사포커스 / 박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