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고재호 사장의 호소…대우조선, 앞이 안 보인다
답답한 고재호 사장의 호소…대우조선, 앞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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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하락, 수주 부진 우려 가중…선임 일정도 미정

 

▲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이 최근 CEO메시지를 통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안팎의 혼선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양

후임 사장 선임 문제로 파국을 맞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결국 비상경영체제와 함께 4월을 맞게 된 가운데, 당사자인 고재호 사장마저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자로 공식 임기가 만료됐던 고재호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대표 이사 미선임으로 회사 안팎에 혼란이 초래되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이라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러한 상황이 이른 시일 안에 정리되기를 간곡히 소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장 선임 지연 사태의 한복판에 있는 고재호 사장마저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차기 후보군에 들어 있는 고재호 사장이 직접 사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고재호 사장의 메시지는 의미가 크다.

이 담화문은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고재호 사장이 저녁에 직접 작성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 굳이 전날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작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고재호 사장이 느끼는 좌절감이 작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동네 계모임도 대표가 있는데”…신뢰도 어쩌나
대우조선해양 지분 31.5%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업은행과 그 위로 이어지는 ‘윗선’의 의중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를 이틀 넘긴 고재호 사장의 사장 지위를 ‘차기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시로 연장하기로 결정, ‘땜질 처방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고재호 사장은 노조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끝내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현시한 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지금까지도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동네 계모임도 대표가 있는 법인데, 직원 5만 명의 세계 2위 조선소 대우조선해양에 대표이사가 없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성토했다.

가뜩이나 지난 3월 내내 대우조선해양 측은 가타부타 언급 없이 침묵을 지키면서 사장 선임 지연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상황을 유발했다. 주총에서는 어떻게든 결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회사 안팎의 기대가 무산되자 ‘사실상의 사장 공백 사태’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일련의 사태들은 지난해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 빅3 중 수주 실적면에서 앞서나가며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세계 1위로 발돋움하려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조선업계 특성상 CEO의 신뢰도는 절대적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선주사들이 최소 임기가 1년 이상 보장된 CEO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치권 개입설, 낙하산 사장설, 청와대 재가설, 매각용 사장 부임설 등 온갖 추측이 난립하며 혼란이 가중되자 당장 해외 선주들이 불안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지난달 11일 야말 프로젝트에서 쇄빙LNG선 5척을 발주했던 러시아 국영 선박회사 소브콤플로트의 세르게이 프랭크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본사를 방한하고 회사 측의 내홍과 생산 차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 전날에는 그리스 최대 선사에 속하는 안젤리코시스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 사실상의 사장 공백 상황을 맞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장 공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도 현재까지 확정된 것도 없어 리스크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도 깊어져 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수주 부진 현실화? 해외 선주 달래기 총력
이미 수주 부진은 현실화되고 있다.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수주 소식은 뚝 끊겼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 빅3 중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초과달성하며 기염을 토했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지난해 1분기 조선 빅3는 현대중공업 55억 달러, 삼성중공업 20억 5000만 달러, 대우조선해양 17억 4000만 달러 등 총 92억 9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은 14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14억 3000만 달러, 삼성중공업 23억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쇄빙LNG선 15척 포함 총 35척의 LNG선을 수주하는 저력을 보였던 대우조선은 올해도 LNG선과 유조선 시장에서 추가수주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선주사들이 사실상의 대행이나 다름없는 고재호 사장과 수 천억원 이상의 규모에 달하는 프로젝트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를 꺼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노동조합 관계자는 “고재호 사장이 임기 만료로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서 외국 선주사들은 고재호 사장 ‘대행’과 계약을 체결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인 선박의 선주사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상의 사장 공백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새로운 상황은 없다”면서도 “임원 인사는 못 했지만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해외 선주들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고재호 사장에 대해 “현재는 정기 주주총회가 막 끝난 상황이라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조만간 세간의 우려들을 불식시키고 선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수주 부진 우려에 관해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마지막 수주가 지난 2월 중순이었던 것은 맞지만, 1분기 수주 실적이 지난해 17억 달러, 올해 14억 달러 정도인데, 1월과 2월만 놓고 보면 14억 달러로 지난해와 올해 거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지 3월 수주와 관련, 지난해는 3억 달러의 수주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없었다는 점이 차이점인데 큰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아서 그렇게 상황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수주에 대한 타격보다는 이미 수주해 건조중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는 것에 대해 해외 선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시기인데”…앞으로도 첩첩산중
업계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미적대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가치와 이미지가 날로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로서는 실적이나 비리 등의 요인이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외부적 요인으로 이 모든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법도 하다. 고재호 사장의 토로 역시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까지 산업은행이 취해온 행보를 감안해보면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는 당분간 현재의 답답한 상황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 주주총회는 5월에서 6월경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월부터 3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을 뜨겁게 달궜던 낙하산 사장 및 정치권 개입설 역시 다시 제기되면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도 난무할 것이 확실시된다.

상반기 수주 영업이 정점에 이르는 4월에서 6월까지는 연간 수주활동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기다. 내달 사장 선임 논란이 일단락되지 않으면 5월로 예고된 임단협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 해 농사 전부를 망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조선업계 관계자라 하더라도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더구나 임시 주주총회의 일정도 단지 예측일 뿐,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사추위 구성, 이사회 결의, 주주총회 소집 등 일련의 절차들이 40~5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 차기 사장 선임 움직임에 나설 경우 경우 빠르면 5월말에 임시 주주총회가 소집될 수 있긴 하다”면서도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얘기일 뿐 현재까지 임시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5월이든 6월이든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답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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