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제 2의 형제경영’ 시대 개막?
세아그룹, ‘제 2의 형제경영’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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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이주성 ‘오너 3세’ 경영수업 가동

 

▲ 세아그룹 오너 3세의 경영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 2의 형제경영이 시작될 것인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것인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pixabay

이태성 세아그룹 전무가 최근 세아R&I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재계 일부에서는 오너 3세들의 경영수업이 본격적으로 개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주성 전무 역시 지난해부터 세대에셋을 맡으며 책임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두 ‘오너 3세’들이 나란히 승진하면서 재계는 이미 한 번 세아그룹을 주목한 바 있다. ‘제 2의 형제경영’이 시작될 것인지, ‘경영권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인지를 두고 이목을 끌었던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세아그룹이 3세 경영 시대에도 형제경영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세아그룹 임원인사에서 ‘오너3세’들이 나란히 승진하면서, 업계는 두 가지 시각으로 세아그룹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하나는 ‘제 2의 형제경영’이 시작됐다는 시각, 또 하나는 경영권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이었다.

당시 임원인사에서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와 이주성 세아제강 상무가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는 사촌지간이다. 지난 1960년 설립된 세아그룹의 창업주는 고 이종덕 회장이다. 이종덕 회장은 슬하에 2남4녀를 뒀는데 두 아들이 장남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과 차남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다. 이태성 전무는 이운형 회장의 장남이고 이주성 전무는 이순형 회장의 아들이다.

◆이태성,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에 세아R&I까지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는 각각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각 계열사의 내실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이태성 전무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아는 특수강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이 본격적으로 특수강 시장에 뛰어들 것을 천명하자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당시 이태성 전무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맡아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인수 과정에서 포스코특수강 노조의 반발로 인해 위기를 겪었으나 포스코특수강 직원들의 고용승계 및 5년간 유지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무사히 인수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세아베스틸은 포스코로부터 포스코가 보유한 포스코특수강 지분 72%를 1조1000억원에 매입했다.

이태성 전무는 올 초 열린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포스코특수강의 남은 지분을 매입해 3월 주총 전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3월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가 탄합봉강 등 일부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일부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탄합봉강, 빌렛, 라운드빌렛, 스테인리스 선재 등에서 경쟁 제한이 우려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시정조치에 따르면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이 직접 경쟁하고 있는 탄합봉강, 빌렛 및 라운드빌렛 시장에서의 독점력 남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3년간 가격 인상 등이 제한된다. 또 경쟁사업자에 대한 원재료 구매선 봉쇄가 우려되는 시장(빌렛 및 스테인리스 선재)에 대해서는 가격차별 및 공급량 조절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공정위는 결합 당사회사의 시정조치 준수 사항을 주기적으로 감시해 시정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전년 대비 21.8% 증가한 17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전략기획본부장·세아베스틸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고 있고, 지난달에는 세아특수강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여기에 더해, 이태성 전무는 지난 1일자로 세아R&I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기존 세아R&I의 사내이사였던 이태성 전무는 김진규 전 세아홀딩스 대표를 대신해 세아R&I의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이태성 전무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던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도 사내이사에서 빠짐에 따라 전적으로 세아 R&I는 전적으로 이태성 전무의 지휘 하에 놓일 예정이다. 사촌인 이주성 전무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지만 비록 경영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결정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강남도시가스에서 인적분할된 세아에셋인베스트는 1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회사로 2013년 구 세아R&I를 흡수합병했고 사명을 세아R&I로 변경했다. 부동산임대·광물사업이 주력으로 알려진 세아R&I이지만 실제로는 투자사업 비중이 더 높다.

광물사업의 경우 케이만 군도에 ‘SRC Precious Metals Mining Fund’와 인도네시아에 ‘PT. SeAH Resourse & Investment’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9억원 수준이다. 반면 투자사업비중은 전체 사업의 90%로 이태성 전무가 사내이사 시절 포메이션에잇 벤처 캐피탈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아 R&I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총계 1018억원, 영업수익 91억원, 영업이익 58억원, 당기순이익 4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태성 전무에게 이런 소규모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긴 것은 향후 경영승계를 위해 필요한 책임경영능력을 키우게 하기 위한 이 회장과 이태성 전무의 모친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의 복안이라고 보고 있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작은 규모의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젊은 경영인으로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능력을 쌓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왼쪽)와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오른쪽) ⓒ뉴시스

◆이주성, 세아제강 이끌 경영 능력 인정
세아제강의 경영기획본부, 영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주성 전무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세아제강의 영업이익은 1648억원으로 지난 2013년 1546억원보다 6.6%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이탈리아의 특수강 강관업체인 이녹스텍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올해 수익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이주성 전무는 지난 1월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무리한 판매나 투자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며 내실경영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 3년 째 참석해 국내외 인사들과 만나는 등 대외 행보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주성 전무 역시 지난해부터 세대에셋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세대에셋은 기존 세대스틸에서 사명을 변경한 후 강관 대리점 역할 대신 스타트업 기업 발굴 등 투자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세아제강의 지분을 사들인 것도 건실한 기업에 대한 투자 차원이다.

재계관계자는 “그룹도 세아홀딩스와 특수강사업은 이태성 전무가, 세아제강이 담당하는 강관 사업부문은 이주성 전무가 담당하며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각 계열사 지분을 균등하게 보유하고 있어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분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세아그룹 본사. 사진 / 홍금표 기자

◆형제경영 본격시동?
세아그룹 총수일가의 세아홀딩스 지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13년 말 4%포인트에 불과했던 두 형제 집안의 지분 격차는 1년 사이 9%포인트로 벌어졌다. 이태성 전무와 박의숙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데 반해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는 지분 취득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세아그룹에 따르면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은 이달 초 그룹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 주식 6만 6062주(1.7%)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종전 7.9%이던 박 회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9.6%로 상승했다.

이번 지분 매입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박 회장은 2013년 8월 남편인 고 이운형 회장으로부터 세아홀딩스 주식 25만 5909주(6.4%)를 상속받은 후 2013년 10월과 지난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지분 0.7%를 장내에서 취득했다. 이번에 매입한 지분까지 더하면 상속 이후 지분 2.4%포인트를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박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도 지난해 세아홀딩스 주식 12만 2903주(3.1%)를 사들였다. 이로써 이태성 전무와 박의숙 회장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44.7%까지 상승했다.

반면 박 회장의 시숙인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세아홀딩스 지분을 거의 매입하지 않고 있다. 이주성 전무가 2013년 9월 277주를 매입한 게 전부다. 그 결과 2013년 말 4.1%포인트에 불과했던 두 형제 집안의 지분 격차는 1년 새 9.1%포인트로 벌어졌다.

이 같은 지분 변화 추이는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를,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태성 전무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의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이주성 전무는 핵심 사업 계열사인 세아제강을 통해 실무를 맡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태성 전무는 지난해 6월 세아제강 주식 5만 주(0.8%)를 매각했다. 반면 이주성 전무는 개인적으로 2만 1312주(0.4%)를 매입한데 이어 자신이 최대주주(53.3%)로 있는 계열사인 세대에셋을 통해 추가로 1만 주를 확보했다. 그 결과 이주성 전무와 이순형 회장의 세아제강 지분율은 22.5%로 상승하며 이태성 전무와 박의숙 회장의 19.0%를 넘어섰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지분 매입이 (박 회장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진 만큼 배경이나 목적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박 회장이 세아홀딩스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만큼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기에 이태성·이주성 전무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세아홀딩스와 계열사 지분을 각각 늘리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성 전무가 세아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순형·이주성 부자가 세아제강을 계열분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산 기준으로 재계 40위권인 세아그룹은 형제경영으로 유명하다.

남광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 방향은 장자 중심으로 갈 것으로 추정된다”며 “두 사촌간 관계를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보다는 형제경영이 후대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이태성 전무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각한 사례가 있듯이, 이주성 전무가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앞으로 증여를 대비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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