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MB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재임기간 중 중앙대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망에 오른 가운데, 검찰이 두산그룹으로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해 ‘박범훈-중앙대-두산그룹’이라는 고리에 이목이 집중됐다.
당초 검찰은 박범훈 전 수석을 두고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정도로 선을 긋는 듯 했으나,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이 “상황은 늘 유동적이고, (박 전 수석의 수사가 두산으로 확대될 가능성)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것 같다”라고 입장을 바꾼 것을 볼 때, 검찰의 조준선이 두산그룹으로 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박범훈-박용성 손 잡았나
‘박범훈-중앙대-두산그룹’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긴 것은 중앙대 법인이 지난 2008년 5월7일 두산그룹에 경영권을 넘기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부터다.
당시 중앙대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박 전 수석을 두고 “먼저 지원을 요청해 우리(두산그룹)도 의욕이 생긴 것”이라며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는데 박 전 수석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이한 점은 박 전 수석이 두산 측과 중앙대 MOU건을 논의한 시기다. 중앙대가 두산그룹에 처음으로 MOU를 요청한 때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박 전 수석이 취임준비위원장으로 뽑히면서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막강한 실세로 떠올랐던 2008년 3월경이다.
이후 2011년 2월 박 전 수석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임용되자 중앙대의 본‧분교 통합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박 전 수석이 임용된 지 한 달 만인 2011년 3월, 교육부는 그간 금지사항으로 규정했던 사립대학의 본‧분교 통합 허용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당초 중앙대 본교와 분교 간 통합은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교육부가 관련규정을 개정하면서 통합이 가능해졌다.
중앙대는 같은 해 4월 이사회를 통해 흑석동 본교와 안성 분교의 통합 신청을 결의했고, 6월 교육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자 7월 본‧분교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8월 교육부는 중앙대 본‧분교 통합 및 적십자 간호대학 인수를 승인했다. 박 전 수석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임용된 후 중앙대 본‧분교 통합이 갑자기 탄력을 받기 시작한 점은, 현재 박 전 수석을 두고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거론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 두산, 대가성 인사‧건물로비 등 의혹 확산
이처럼 박 전 수석이 직권남용으로 해석될 만한 소지가 다분한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행보를 보인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앙대에 특혜를 줄 경우 수혜자가 두산그룹이었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 전 수석과 두산그룹 사이 ‘특혜제공-대가지불’의 관계는 박 전 수석이 지난 2013년 3월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같은 해 기준 두산그룹이 사외이사에게 지급한 연봉이 평균 5800만원 선인 점을 근거로 할 때 박 전 수석이 2013년3월부터 2015년3월 까지 두산으로 부터 지급받은 보수는 1억6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이 두산엔진 사외이사로써 이사회에 참석한 횟수는 고작 8번이다. 이에 검찰은 두산그룹이 박 전 수석에게 ‘대가성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박 전 수석과 두산그룹 간 관계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들은 두 가지가 더 있다.
먼저 박 전 수석의 아내인 장 모씨가 2011년 동대문 두산타워 상가내 면적 16.20㎡(약 1.22평)의 두 곳을 분양받았다는 점이다. 분양가는 각각 1억 6500만원이었다. 원칙적으로 두산타워가 5년 주기로 2009년과 2014년에 상가 정기 임대분양을 실시한 점을 기준으로 할 때 박 전 수석의 아내가 상가 분양을 받은 시기는 정기분양 시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2011년도는 중앙대가 교육부의 승인덕분에 본교‧분교를 통합하고 적십자 간호대을 인수한 시점과도 맞아 떨어진다. 이에 박 전 수석이 교육부에 입김을 넣어주는 대가로 두산그룹이 ‘건물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박 전 수석의 장녀가 34세라는 나이와 경력에 맞지 않게 중앙대 예술대 교수로 정식 채용이 된 점도 ‘대가성 인사’라는 의혹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박 전 수석의 차녀는 용인대 교수로 채용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용인대 김정행 총장이 대한체육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고, 전대 회장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였던 점을 감안할 때 ‘박범훈-중앙대-두산그룹’이라는 고리를 통해 박 전 수석 차녀의 용인대 임용까지 무리 없이 전개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밝힌 박 전 수석의 혐의점을 종합하면, 박 전 수석이 애초 두산그룹과 중앙대 법인 간 MOU 체결을 주선했고 이후 본‧분교 통폐합도 도왔다는 정황이 들어맞는다.
또한 검찰이 언급한 두산그룹으로의 조사 확대 가능성을 감안할 때 향후 예상되는 두산그룹의 혐의점은 두 가지다. 두산그룹이 중앙대 본‧분교 통합에 기여한 박 전 수석에게 사외이사 자리를, 그의 딸들에게는 교수 자리를 주는 ‘대가성 인사’를 했을 것이라는 점과 동대문 두산타워 내 두 곳을 정기 분양기간이 아닌 때에 분양받을 수 있도록 ‘건물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