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을 뒤흔들고 있는 검찰 수사를 촉발시킨 포스코건설 베트남 현장 해외 임원의 100억대 비자금 조성 사건에서 포스코건설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친분을 과시한 브로커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에 따르면 최근 구속 기소된 브로커인 컨설팅업체 대표 장모 씨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과 중학교·대학교 동창인 가까운 사이로, 베트남 현장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 전 사업단장을 부하직원처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2010년 포스코건설에서 발주한 베트남 노이바이 라오까이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하도급을 특정 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정동화 전 부회장에게 청탁했는데, 장 씨는 이 건설업체의 황모 대표와 이미 공사계약 대금의 3.5%인 15억원 가량을 로비 대가로 받기로 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사현장 총괄소장이던 박 전 상무는 장 씨로부터 이와 같은 지시를 받았고, 박 전 상무 등은 해당 업체에 낙찰 예정 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방식으로 다른 기존 하도급 업체들을 따돌려 해당 업체의 낙찰을 도왔다. 검찰은 정동화 전 부회장이 장 씨의 청탁을 받고 박 전 상무에게 직접 일사불란한 일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이 같은 방식으로 장 씨가 요구한 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해 장 씨는 15억원을 수령했지만, 장 씨의 탐욕은 그치지 않았고 박 전 상무에게 정동화 전 부회장과 친밀한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압력을 넣고 포스코건설과 협력업체 측에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결국 그해 11월 박 전 상무는 부지 보상 문제로 공사가 착공되지도 않았는데도 공사에 들어간 것처럼 가장해 돈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 대금 지급 방식을 바꾸는 등 내부규정을 손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련된 10억원 가량은 ‘컨설팅 비용’의 명목으로 장 씨가 설립한 회사로 흘러들어갔다.
장 씨는 결국 포스코건설 회삿돈에서 25억원 가까운 거액을 빼낸 셈이다. 검찰은 로비 대가 15억원과 추가로 흘러들어온 10억원 등 총 25억원 중 일부가 정동화 전 부회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장 씨와 박 전 상무가 추가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장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입찰방해,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특히 장 씨는 1997년 대선 직전 ‘총풍사건’과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때 등장한 거물 브로커 출신이다. 장 씨가 구속기소됨에 따라 수사망은 정동화 전 부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포스코건설 비자금의 최종 목적지로 의심받는 정동화 전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