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한시름’ 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져 나오며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지만, 지난 4월 20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히면서 리더십을 다잡고 있는 모양새다.
이완구 총리가 그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로부터의 엄청난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면서, 김무성 대표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 ‘성완종 파문’ 국면전환 시도
무엇보다 이완구 총리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이 지속되면, 이에 따른 여론 악화로 인해 4·29재·보선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하며, 이에 따라 당내에서도 분열 양상이 가시화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4·29재·보선에서 참패를 거두게 되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및 이 총리 거취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왔을 것이며, 이에 따라서 김무성 대표는 어떠한 형태로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이완구 총리는 결국 사의를 표명했고, 이에 따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세에 몰리던 김무성 대표는 위기에서 어느 정도 탈출하는 한편 자신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무엇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새누리당 내부에서의 역학 관계가 중대한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즉 그동안 여권 전반을 장악했던 ‘친박’계 세력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펑론가는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소위 ‘성완종 메모’에 적힌 여덟 명의 여권 실세 가운데 무려 일곱 명이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검찰 수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친박계는 대·내외적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며 “작년 무렵부터 친박계는 세가 완만하게 약화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는 김무성 대표의 당대표 당선이라든지 유승민 원내대표 당선 등 ‘비박’계가 당을 장악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청와대의 든든하고 강력한 지원으로 친박계는 크게 힘을 잃지는 않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친박계 의원들을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하지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이 친박계 의원들은 물론 현직 국무총리,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이 모두 포함되면서, 청와대 역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신중행보로 여권 위기 관리

이 평론가는 “이에 따라 성완종 파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 김무성 대표가 상대적으로 힘과 탄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써 김 대표는 여권 차기 대권 주자로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현재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과거 특별사면 건으로 야권도 결코 비켜나갈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호재”라며 “이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현 정국 전반은 김무성 대표에게 힘이 쏠리기 시작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을 알게 모르게 견제하던 청와대의 장악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청 권력의 지형도가 김무성 대표에게 서서히 넘어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김무성 대표의 당 운영에 제동을 걸던 친박 의원들의 움직임도 크게 움츠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중대한 징후로 지난 4월 16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독대 회동을 꼽는다. 이때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위한 출국 시간까지 늦추면서 김 대표를 독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40여 분에 걸친 회동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완구 총리는 결국 사퇴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히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독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 전체가 레임덕에 빠질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되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김무성 대표 쪽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형국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여론의 추이가 어느 방향으로 쏠릴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인물이 바로 김무성 대표라는 점은 그만큼 대단히 의미심장하다”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그동안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당-청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힘이 실려 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계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 과정에서도 여권 내부 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했다”는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른바 ‘위기 관리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김무성 대표는 분명 이완구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에 속해있었다. 이는 4·19 기념식에서 김무성 대표가 이완구 총리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등의 태도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났다.
심지어 정계 안팎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완구 총리의 거취를 직접적으로 건의했다가 부정적인 반응만 얻고 말았다”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이 일단 중·남미 순방을 떠나자 “대통령께서 귀국한 뒤에 이완구 총리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채 4·29재·보선 선거운동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보였다.
◆ 리더십 시험대로 떠오른 4·29재보선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끈기 있게 발휘하면서 자칫 최악의 결과로 다다를 수 있었던 새누리당의 타격과 당내 분열 양상을 최소화 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또한 당내 갈등 구도를 이루던 친박 실세들은 물론 차기 대선 주자로서 잠재적 라이벌 군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대거 치명타를 입으면서 위상이 강화되는 ‘일거양득’까지 누리게 됐다.
또한 그동안 껄끄러운 편이었던 청와대와의 관계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후폭풍이 단기간에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당-청은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정계 안팎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여파로 향후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경쟁 구도에서 김무성 대표의 라이벌 없는 독주 현상이 상당 기간 동안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권 가도의 잠재적인 라이벌로 평가됐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현재 회복이 힘든 치명상을 입었다. 또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위기에 빠졌다.
이를 반영하듯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대표는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김무성 대표의 ‘독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정계에서의 호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4·29재·보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어야 하는 게 당면 목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4·29재·보선은 김무성 대표의 첫 번째 중대 시험대이며 당면 과제다. 선거 초반만 해도 야권 분열로 인해 내부적으로 ‘야당 텃밭’인 광주 서을을 제외한 나머지 3곳(서울 관악을·인천서-강화을·경기 성남 중원)에서 승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져 나오며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었다. 최근 당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그동안 유리했던 지역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심지어 ‘전패’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는 당 대표의 입장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한 악영향을 적어도 4·29재·보선까지는 최소화하고 유의미한 선거 결과를 끌어내야 하는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
아울러 당내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너무 이른 시기에 여권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힘이 쏠리는 것은 분명 장·단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 평론가는 “즉 향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여권의 실책 및 악재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계 일각에서는 “일단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평화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이 동반자적 관계가 언제 균열을 일으킬 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청와대는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 애쓸 것이며, 이에 따라 당-청 관계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김무성 대표 중심의 당이 주도하는 모양새는 일종의 ‘레임덕’ 상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라며 “향후 차기 국무총리 인선이라든지 김문수·오세훈 등 이른바 ‘잠룡’군에게 직·간접적으로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견제 및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 강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사포커스 / 문충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