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통해 수집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유상으로 넘긴 것에 대해 “죄가 없다”고 주장해 적잖은 파장이 예고된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으로 진행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홈플러스는 “대표자와 종업원, 회사는 죄가없다”면서 “검찰이 여론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 변호인은 “검찰은 개인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경품행사는 금지돼 있다고 전제하고 홈플러스를 기소했지만, 이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보통 정보의 판매 여부까지는 (고객에 정보 제공 동의를 받을 때) 알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실시한 진짜 목적은 개인 정보를 유상 판매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를 고객 사은 행사로 가장했다”면서 “고객에게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플러스의 경우 1년 4~6차례 경품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경품을 제대로 지급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경품행사 등으로 모은 개인정도 2400만여건을 231억7000만원을 받고 보험사에 넘긴 혐의로 도성환 사장 등 전 현직 임직원 6명과 보험사 2곳의 관계자 2명이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정보제공 동의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보 응모권의 경우에만 1㎜ 정도 크기의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또 연락처를 적도록 요구하면서 경품에 당첨될 경우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단 한번도 문자를 보낸적이 없었다. 당첨자가 연락해올 경우에는 공지했던 경품이 아닌 자사 상품권을 대신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 도성환 사장, 의도적 꼼수는 어쩌고?
이날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측 변호인도 무죄를 주장했다.
도 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않고)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검찰 공소사실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에 제공한 고객정보 건수도 구체적으로 특정돼있지 않다”며 “피고인의 행위 가운데 어느 부분이 불법인지를 검찰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사실의 요지는 도 사장 측이 고객 정보를 판매하려는 실제 목적을 숨기고 경품행사를 통해 정보를 취득했다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의 정황이 드러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 등이 해당 행위의 불법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에 “도 사장이 고객 정보 판매에 어떤 방법으로 개입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공소사실 보강과 도 사장 등 피고인 측 의견 정리를 거친 뒤 오는 6월 5일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을 한번 더 가진다.
도 사장 등은 2011년~2014년 7월까지 ‘여름축제(SUMMER FESTIVAL) 자동차 10대를 쏩니다’ 등 경품행사를 12차례 진행하면서 고객 개인정보(생년월일‧휴대폰 번호 등) 712만건을 수집했다. 이 정보는 보험사 7곳에 판매됐고, 도 사장 등은 이 과정에서 148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품행사 이외에도 이미 수집돼있던 홈플러스 회원 개인정보 1694만건을 고객 동의 없이 보험사 2곳에 팔아넘겨 총 83억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홈플러스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억3500만원을 내라고 공지했다.
◆ 집단분쟁 각하, 대형로펌 변호사들 대기업 편들었나?
한편, 홈플러스 측이 보험사에 고객정보를 넘긴 정황이 드러나자 피해 고객들은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끝내 분쟁조정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정체성에 의문이 생긴다는 입장과 함께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한겨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7일 개인정보분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 매매 피해자들의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논의했고, 결국 분쟁조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참여연대와 진보네트워크센터,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조정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전문기관’이라는 자기소개를 무색하게 했고, 직무유기를 자처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려면서 공정위도 조사과정을 거쳐 4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검찰도 사실 조사 후 기소를 했는데 개인정보조정위원회가 집단분쟁 조정 신청을 각하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측은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뒤 피해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사전에 차단하려 했던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한 활동가는 “홈플러스의 경우는 아니더라도, 현재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대거 위촉돼 있는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초기에는 학자들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많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대기업 쪽 일을 많이 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많아 정보인권 보호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