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의 ‘신(新) 밀월’ 관계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이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정부 외교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들이 들끓고 있는 것.
새누리당 이병석 중진의원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24일 에번 메데이로스 국가안보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방문 일정을 설명하는 회의에서 “일본이 아시아정책의 중심”이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했다.
이병석 의원은 그러면서 “27일은 뉴욕에서 미‧일 양국이 외교국방장관 2+2회의를 열고, 방위협력과 협력지침을 18년 만에 개정하는데 최종 합의했다”며 “미국과의 신밀월 관계를 등에 업고 아베 정권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적극적 평화주의에 본격적 시동이 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과 한반도에서 일본 자위대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여 한국의 국방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보다 앞선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고 무력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던 중‧일 관계가 변화조짐을 보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특히, “미‧일 신밀월시대가 다가오는 와정에 중‧일 접촉마저 재개된 것은 우리 정부가 당면한 매우 중대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외교 지형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시점에 국민의 눈으로 볼 때 한국 외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거듭 “이것은 명백한 대한민국 외교의 난점으로 제기된다”며 “일각에서는 110년 전 미‧일 간에 맺었던 가쓰라 태프트 밀약이 데자뷰 된다는 만ㄹ도 있다. 피와 눈물로 쓴 역사의 교훈을 한 순간도 잃지 않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28일)엔 유승민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과 일본 2+2회의에서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됐다. 이로써 미군과 자위대의 공동작전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그동안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는 소위 전수방어 원칙이 무너지게 됐다”며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전투부대가 한국에 파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일본 사과 촉구 시위 및 자당 소속 김종훈 의원의 1인 시위 등을 언급하며 “이런 개인들의 항의 노력이 정말 눈물겹다”며 “우리 정부의 대일, 대미 외교의 전략부재와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의 비판은 더 매섭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명백한 외교실패다. 안보실패다”면서 “무능한 정부 탓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고, 장기적으로 재무장의 길까지 열어주는 등 안보위기상황을 불러왔다”고 맹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의 외교, 일본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제재하고 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교주권, 국방주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면서 “특히 일본이 한반도 주변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미‧일 방위협력 지침 개정과정에서 반드시 명시화하겠다고 주장해온 것이 박근혜 정부 자신이었다. ‘제3국 주권존중’이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자화자찬, 아전인수해석에 할 말을 잃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미국 공식방문으로 미‧일 방위협력 지침 개정을 합의하고, 과거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게 되는 동안에 도대체 우리 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무능, 무대책, 무책임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전면적 재편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추미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어떤 경우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개입하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잘못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 최고위원은 “미‧일이 무력 사용 등 군사적 조치 시에 해당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했을 뿐 해당국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표현은 없다”며 “그것은 해외군사작전 시에 군사작전을 제약할 수 있는 사전 동의 조항을 명기하지 않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최고위원은 덧붙여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 번에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권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포기하다시피해서 상대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군사주권이 있지 않다”며 “이렇게 구멍 뚫린 외교를 쳐다만 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외교력 부재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