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통법 시행 이후 정부와 국민들의 가계 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이 전격적으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무료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전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용자를 위해 보다 저렴하고 세분화된 ‘데이터중심요금제’를 KT와 SK텔레콤에서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세부안을 내놓은 것은 KT다. KT는 이날 “요금제와 상관없이 음성 통화화 문자를 무한 제공하고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KT가 내놓은 요금제는 ‘모든 요금 구간’에서 무선 음성 통화를 무제한 제공한다. 최저 29900원짜리 요금제에서도 무선간 음성통화가 무제한이 가능해진다. 유선전화에 거는 음성통화는 54900원 미만 요금제에서는 30분 무료로 제공되고, 54900원 요금제부터는 무제한 제공된다.
이에 따라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 체계는 모든 구간에서 무선간 음성통화 무제한을 기본으로 하고, 최저인 29900원짜리 요금제부터 데이터가 5천원 단위로 300MB, 1GB, 2GB, 3GB, 6GB, 8GB 등으로 올라간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기준은 59900원으로 낮아졌다. 음성 통화 중심의 요금제에서 미국 등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체계로 옮겨가는 셈이다.
아울러 KT는 새로운 데이터 이용 방식인 ‘밀당’도 선보인다. ‘밀당’은 남은 데이터를 다음달로 이월하는 ‘밀기’와 아직 사용하지 않은 다음 달의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미리 당겨 사용하는 ‘당기기’를 합진 것이다. ‘밀당’ 방식 역시 최저 요금제인 29900요금제부터 사용할 수 있다.
KT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모든 요금 구간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한 제공해 고객은 데이터 제공량만 선택하면 된다”면서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2만원대로 음성·문자 무한 사용은 물론, 데이터만 선택해 최적의 요금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계 통신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T가 밝힌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는 1인당 평균 월 3590원에 달한다.
‘최초’ 타이틀을 뺏기고 다급해진 SK텔레콤 역시 이날 향후 요금체계 개편의 방향을 서둘러 알리고 나섰다.
이날 SK텔레콤은 “그간 SK텔레콤은 요금이 대폭 인하되고 혜택이 늘어나는 데이터 중심의 새 요금제 출시를 위해 미래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현재 미래부와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조만간 새 요금제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이날 중으로 세부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역시 미래부의 설명처럼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만원대 음성 무한 요금제, 현재보다 저렴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준비중”이라면서 “실제 납부하는 요금과 부합하는 요금체계로의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LG유플러스 역시 비슷한 요금제로의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준비해 왔다”면서 “조만간 관련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수혜자, 통화 비율 높은 중장년층
소식을 접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통신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 오래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무슨 속내가 있을지 모른다”, “돈 내고 쓰는 건데 공짜라고 마케팅하는 것이 불쾌하다”, “5억원짜리 아파트를 5억에 샀는데 공짜라니 무슨 얘기냐”라며 경계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사실이라면 반길 만한 일”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르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데이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음성통화 사용량이 많은 중장년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스마트폰 커뮤니티 ‘뽐뿌’의 한 누리꾼은 “데이터 잘 안쓰시는 부모님한테는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누리꾼도 “카톡만 하시는 부모님께는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기존 데이터 요금제들은 음성 통화와 데이터 분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매겨졌지만, 이제는 데이터만 적게 설정하면 3만원대로도 음성 통화 무제한과 카톡과 웹서핑 등을 적은 부담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이 활발한 이용자들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제 개편 내용이 아직 전부 확정되지도 않았고, 요금제를 내리는 동시에 약정 할인이나 가족이나 회선 결합 요금제의 병행 불가, 멤버십 혜택 축소 방침이 엮이면 실질적인 납부 내역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포털 사이트 댓글란에서 한 누리꾼은 “음성과 문자를 별로 쓰지 않는 경우는 차라리 현재의 요금제가 싸게 먹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KT ‘순액 51’ 사용자는 패턴 따라 득실 달라져
현재까지 이통사들의 구체적 방안이 다 나오지 않아 누리꾼들은 주로 최초로 세부 내역을 밝힌 KT의 요금제를 대상으로 비교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현재 KT의 인기 상품인 순액 51000원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별 다른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난 순액 51000원 요금제인데 유선·무선 음성 무제한에 데이터 5GB 이월 가능인데 요금제를 갈아탈 이유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보였다.
KT의 51000원 순액 요금제인 ‘순 완전무한 51’은 현재 약정 없이 할인된 기본료로 가입할 수 있고, 결합 할인 등의 혜택이 다양하며, 5만1000원의 기본료에 부가세 10%를 더한 5만6100원의 요금을 낸다. KT의 새 개편안에서 이와 유사한 요금제는 49900원짜리 요금제로 부가세를 더한 실질 부담 금액은 54890원으로 51000원 순액 요금제와 유사하다.
양 요금제를 비교해보면 기존의 순액 요금제는 새 요금제보다 1200원 정도 더 부담하는 대신, 유선전화 음성통화에서 큰 우위를 보인다. 기존의 ‘순 완전무한 51 요금제’는 유선 음성통화가 무제한인데 비해 유사한 금액대의 새 요금제는 무선 음성 통화는 무제한이지만 유선 음성 통화는 30분만 제공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요금제는 데이터가 1GB 더 추가된 6GB를 제공한다. ‘순 완전무한 51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5GB로 데이터 부분은 새 요금제가 우위를 가진다.
따라서 여기에 결합 할인이나 멤버십 등의 차이가 달라진다면 KT의 순액 요금제 사용자들이 굳이 새 요금제로 옮겨갈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유선 전화가 줄어든 대신, 데이터 제공량이 1GB 정도 차이나기 때문에 결국은 통화 패턴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늘었다는 점에서는 역시 고려해 볼만한 변화다.
◆통신비 인하 배경, 투자 부담 완화?
한편 이통사들이 일제히 같은 날에 요금제 개편을 발표하거나 시사하자 그간 가계 통신비 인하 요구에도 꿈쩍않고 가입비 폐지 등 실효성 없는 대안만을 내놓던 통신사들이 전격적인 입장 선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잇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LTE 전국망 구축을 사실상 마무리지으면서 당분간 신규 설비 투자액에 대한 부담을 덜어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압박에 응답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통사들의 설비 투자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1분기 2382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분기보다 60.1% 감소하고 지난해 4분기보다 49.6% 감소한 금액을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액의 대폭 감소는 LTE 망투자 종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역시 올해 1분기 3557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4분기 투자액인 1조93억원에 비해 64%나 감소했다. 다만 KT는 LTE망 구축 완료에도 불구하고 기가인터넷 유선망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 올해 투자규모는 늘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역시 올해는 망구축 보다는 기존 서비스 고도화 및 광대역 LTE-A 서비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계에서는 5세대 통신망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2020년 전후까지 이동통신사들이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의 투자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계절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올해 1분기는 3사 모두 투자비를 줄였다”며 “이통시장 전체적으로 LTE 전국망 구축이 마무리되면서 시설 설비 투자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간 가계 통신비 인하 요구에 막대한 설비 투자비를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던 이통사들이 투자비 부담 완화가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기로 결정하고 그간 준비를 진행해 왔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기술적 한계로 즉시 새 통신망 구축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딱히 더 이상 미루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KT의 ‘순 완전무한 51’ 요금제의 사례에서 보듯 아직까지 속단은 금물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누리꾼은 “이통사들의 패가 다 나오기 전까지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이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고 분명히 수혜를 보는 층이 더욱 많아질 테지만, 본인의 생활패턴에 따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