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그간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전자 지분 중 600억원치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난해 4분기에 처분했다. 이에 정 부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승계 받기 위해 ‘승계 비용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범삼성가 그룹이던 삼성과 신세계가 3세경영 부터는 독자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정 부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보통주 29만3500주 가운데 4만8500주를 매도해, 현재 24만5000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도 물량 4만8500주는 전체 보유량의 16.5%로 지난해 4분기 평균주가(주당 122만원)를 대입해 추산했을 때 총 591억2854만원 수준이다. 현재 남은 주식 24만5000주에 대한 평가 가치는 8일 종가 133만8000원 기준, 약 3278억원이다.
구체적인 매도시점은 공지되지 않았지만 정 부회장의 지난해 9월 말 삼성전자 보유주식 수가 29만3500주로 그대로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4분기 내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보유주식수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2011년 9월 삼성전자가 기재정정 공시에서 “투자자 이해 제고 차원”이라고 밝히며 “2011년 6월 말 기준 정용진 주주의 보유주식수는 29만3500주로 2010년 말 대비 변동이 없다”고 적시하면서 공개됐다.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량은 변동이 없다가, 지난해 4분기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량(0.17%)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4위다. 외삼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38%로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외숙모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0.74%, 외사촌 이 부회장이 0.57%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 부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를 두고 승계비용 마련을 위한 행보라는데 무게를 실고 있다. 정 부회장이 어머니인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납부 해야되는 증여세만해도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이마트 주식 482만주(8일 종가 23만2000원 기준, 평가가치 약 1조원), 신세계 주식 170만주(8일 종가 20만8500원 기준, 평가가치 약 3545억원) 등이다.
정 부회장이 하필이면 왜 실적저조로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인 지난해 4분기에 주식을 매각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은 최근 호텔신라가 신세계가 아닌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합동 진영을 구축해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과 더해져 정 부회장이 삼성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단독 노선을 강화하려는 심중을 굳히게 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