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테크 노조 간부 자살…유서에 박지만 회장 비판
EG테크 노조 간부 자살…유서에 박지만 회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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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양우권 분회장 “박지만 회장, 기업가의 기본도 없어”
▲ 금속노조 이지테크 양우권 분회장이 수 년간 지속돼 온 사측과의 갈등 끝에 휴일이던 지난 10일 오전 전남 광양의 자택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졌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의 EG그룹 계열사인 이지테크 노조위원장이 노사 갈등 끝에 목을 매 숨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이지테크의 양우권 분회장은 전날 오전 전라남도 광양시 자택 인근 가야산 산책로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병원 응금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이지테크는 EG그룹 계열사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산회수장비 운용·정비 용역을 제공하는 계약을 1년 단위로 맺고 있다.

양동운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장은 “양우권 분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에 전화를 해 힘들어서 도저히 못 버티겠다고 말했다”며 자살을 미리 암시했음을 시사했다. 양동운 지회장은 즉시 경찰에 위치추적을 요청하고 가족에게 연락했고, 결국 아내가 가야산 산책로에서 양우권 분회장이 목을 맨 것을 발견했다.

양우권 분회장이 자필로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박지만 이지그룹 회장은 기업가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조차 없는 사람”, “회사 경영 방침이 잘못됐다. 그렇게 하지 말라”, “포스코 사내하청 정규직화 소송, 꼭 승리하라”, “나를 화장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에 뿌려달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조 탈퇴 여부 놓고 갈등 비화
양우권 분회장의 자살은 노조 활동에 따른 사측과의 갈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우권 분회장은 1998년 이지테크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산화철 폐기물 포장 업무를 담당해 왔다. 지난 2006년 이지테크의 노동자 53명은 금속노조 이지테크분회를 설립했지만, 이후 대다수 조합원들은 탈퇴해 기업별 노조에 가입했고 양우권 분회장만 남은 상태였다. 사측은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했지만 양우권 분회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정직기간 중 출근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2011년 해고됐다.

법정 소송으로 비화된 갈등에서 광주지법 순천지원, 광주고법,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이지테크의 해고가 부당해고라며 양우권 분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지난해 5월 양우권 분회장은 복직됐다. 하지만, 사측은 1년간 양우권 분회장을 제철소 밖 사무실에 대기시켰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회사 측이 노조를 탈퇴하거나 연고가 전혀 없는 포항으로 전근을 가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 지난해 5월 본인의 상황을 알리고자 양우권 분회장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책상의 모습. 양우권 분회장은 이 사진을 언론사에 제공한 후 기밀 유출 등의 이유로 감봉 처분 등의 징계를 받았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CCTV로 감시받고 있는 상황을 찍기 위해 책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언론사에 제공해 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감봉 1호봉 징계와 정직 2개월을 받았던 양우권 분회장은 지난해 10월 양우권 분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측이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아무 일도 안 시키면서 자리만 지키게 한다”면서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때문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은 삼성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3년 포스코 주주총회에서는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소속의 한 주주가 무노조 정책을 비판하며 사내하청 직원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을 주장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우권 분회장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고 업무지시도 내리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우권 분회장은 해고됐던 2011년 이후 수면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우권 분회장은 지속적으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양우권 분회장이 포스코센터, 국회, 청와대 1인 시위, 광양제철소 주변 및 이지그룹 체육대회 때 ‘노조탄압 중단’, ‘사내하청노동자 정규직화’ 등의 선전을 하며 투쟁을 지속했다고 전했다.

최근 법원에서 제조업의 사내하청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 인정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역시 정규직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2심 선고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현재 장례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노조와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유서 공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만 회장의 EG그룹, 포스코 연관성 재조명
한편 이지테크가 속해 있는 EG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회장으로 있는 그룹이다. EG그룹은 1987년 삼양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으며, 포항제철의 그늘 아래 알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냉연강판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의 독점권을 부여받은 삼양산업은 2차가공을 통해 모니터 부품 등에 필수적인 산화철로 만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EG는 세계 고급 산화철 시장에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5%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1999년 EG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박지만 씨가 198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직후 EG의 부사장에 앉혀 박지만 씨를 입사시켰다. EG는 2013년 연결기준 매출 1230억원에 영업이익 63억4986만원, 당기순익 47억4938만원을 기록했다.

이지테크를 포함한 EG그룹은 포스코와의 끈끈한 관계가 돋보인다는 평을 지속적으로 들어왔지만, 포스코 관계자는 이지테크의 노조 정책 및 양우권 분회장과 이지테크의 갈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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