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삼성家 삼남매 중 면세점 사업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행보를 두고 재계는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최근 신라면세점에서 ‘국적 차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마케팅이 행해져 여론의 질타를 받자 호텔신라 이미지 추락을 염려하는 시선이 많다. 게다가 해외 면세점으로의 사업 확장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고 있는 호텔신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해석이 공존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됐다.
◆ ‘리틀 이건희’ 이부진, 사업 스타일은?
재계에서는 아버지인 이 회장의 외모와 경영스타일을 닮은 점을 들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리틀 이건희’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부드러운 외모와는 상반되는 빠른 추진력과 결단력 등이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닮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부진 사장의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경영스타일은 면세점 사업 부문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달 13일 이 사장은 오는 7월 중 결과가 발표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을 위해 현대家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면세점 사업권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내수 위주의 호텔신라 사업구조를 글로벌화 하겠다던 이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해외 면세점 ‘광폭행보’…위험성 우려도
이 사장의 ‘사업 글로벌화 의지’는 지난 3월 13일 삼성전자 사옥에서 개최된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이날 이 사장은 “지금껏 준비해온 시스템과 역량을 바탕으로 2015년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성장과 도약의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새로운 도전을 기업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앞서 이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2013년 10월 마카오 공항 면세 사업권을 획득한 바 있다. 당시 호텔신라는 홍콩 면세기업이던 스카이커넥션과 합작사 ‘스카이신라듀티프리’를 설립했다. 합작사 지분율은 홍콩 스카이커넥션과 호텔신라가 각각 60%, 40%를 갖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후 지난 2월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5575㎡ 면적의 면세점을 입점했다. 국내기업이 외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 중 가장 넓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전세계 공항 면세점 중 매출 규모가 4위인 곳으로 신라면세점은 이곳에서 연매출 6000억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호텔신라가 공항에 지급해야하는 임차료가 엄청나 사실상 순이익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실제 창이공항면세점에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34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3월에는 기내면세점 세계 1위 기업인 디패스(DFASS)를 사실상 인수해 기내 면세점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호텔신라는 같은 달 23일 이사회를 통해 1억500만 달러(한화 1176억원)를 들여 디패스 지분 44%를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이 계약에서 디패스 지분 44%를 먼저 인수 하고, 5년 후에 다시 지분 36%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걸었다고 알렸다.
디패스는 세계 30여개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기내에 면세 물품을 제공해 연간 5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으로 이외 미주지역에서도 40여 개 소규모 면세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호텔신라가 디패스의 경영권을 완전히 행사하게 될 수 있게 되면 현재 7위에 머물러 있는 신라면세점 글로벌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호텔신라가 글로벌 면세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차입금 규모를 2010년 3062억 원에서 2013년 5886억 원 수준까지 늘렸다는 점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대부분 정부가 면세점 독과점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현지 독점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위험요소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호텔신라가 이 같은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최근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요우커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 매출은 2011년 1조5018억원에서 2014년 2조6121억원으로 3년 새 약 3배가 오르는 등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호텔신라 면세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의 90%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 중국‧일본 고객선호 도 넘어…국적 차별 논란
한편, 최근 신라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선호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적 차별 논란’으로 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글로벌화 의지가 왜곡돼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시내 면세점에서 같은 금액의 물건을 구입했음에도 중국인과 일본인 고객들에게만 기프트 카드 또는 특별사은품 등을 제공해 ‘국적 차별’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롯데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신라‧롯데면세점은 중국과 일본 국적 외의 외국인 고객들에게 거소증을 제시하면 이들과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국적차별 논란을 피해 눈속임을 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거소증이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입국해서 한 달 이상 머물 경우 미리 신청해서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신분증을 말하는 것인데 일반 여행비자를 받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면세점 혜택을 위해 일부러 거소증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신라‧롯데면세점이 ‘글로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뜨겁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