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을 보고 있자면, 벌써 10년도 더 지난 2003년 민주당 분당사태 때의 상황이 떠오른다. 한 식구들끼리 그토록 격렬하게 치고받으며 싸우더니, 결국 서로를 등지게 됐던 그때 그 모습과 자꾸만 오버랩 된다. 너도나도 당의 단합과 화합을 외치고 있지만, 어쩐지 배는 점점 더 분열의 종착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이 지금 맞이하고 있는 분열적 위기 상황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패권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친노, 그리고 그 친노의 계파 수장인 문재인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섰을 때부터 이런 우려는 팽배했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그리고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로도 끊임없이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만한 가시적 조치는 없었다. 친노 인사들이 당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 주변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문 대표에게 비선라인을 청산하라는 요구가 들끓을 정도였다.
사실, 차기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문 대표 입장에서는 계파를 청산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수족을 잘라내고 미래를 그리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표로서는 어떻게든 측근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차기 총선 공천 문제가 있는 친노 측근들은 어떻게든 문 대표를 비호해야만 했을 것이다. 4.29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제기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거세게 요구하는 비노-비주류의 요구를 문 대표가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 그의 대권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지만, 친노 역시 내년 총선 공천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의 대권, 그리고 친노의 차기 총선 공천’ 이 두 가지 목표가 친노 패권주의를 강화시키는 근본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친노는 더 강경하게 비노-비주류와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2선으로 후퇴하게 되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에 차라리 당이 깨지더라도 문재인 대표 사퇴론에 대해서 만큼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아군과 적군 개념도 없이 오직 나만 살고 보겠다는 극심한 계파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모습이고, 제1야당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근본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을 둘러싼 갈등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 최고위원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공갈’ 비난을 퍼부었고, 또 이에 대해 “시정잡배 같다”고 질타한 박주선 의원을 향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같은 당 선배 정치인들에 대해서조차 기본적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 최고위원이나 친노 입장에서는 예의를 따지기에 앞서 생존의 문제가 달린 문제였기에 ‘친노 청산론’에 단호히 맞선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가 덧붙인 한 마디가 더욱 가관이다. “저를 부당하게 공격하는 자는 맞받아 치겠다. 주의주장은 할 수 있으나 허위사실로 모욕하고 인신공격하는 자는 그 누구든 용납하지 않겠다.” 누구라도 자신에 대해 비판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니, 그야말로 오만방자한 발언이었다. 이것이 친노를 공격하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배 정치인에 대해 공갈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시정잡배 같다고 질타한 게 허위사실은 아니지 않은가. 친노의 지금 모습이 이렇다. 그리고 이들이 야권의 주류인 이유로, 야권이 지금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모습도 이런 것이다. 자신들은 이렇게 행동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독단과 독선, 불통이라며 그토록 독한 비난들을 쏟아낸다. 그러니, 어느 누가 친노의 이 같은 대여공세에 ‘옳소’하며 힘을 실어줄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대안자적 모습을 갖추기 위해, 또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지금 야당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대안의 이미지가 아닌 듯하다. 나부터 살고 보겠다는 이기심들부터 없애는 일이 더 시급해 보인다. 국민을 외면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며, 점점 더 분열로만 치닫고 있는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국민은 없다. 야당 내부의 분열론을 제거하고 계파를 청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내려놓는 일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