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첫 조사 대상으로 한진그룹의 계열사 ‘싸이버스카이’가 선정되고 현장 조사도 실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18일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서울 남대문로 대한항공 본사 3층에 위치한 ‘싸이버스카이’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이후 첫 조사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기내에 비치되는 잡지의 광고와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삼남매가 각각 33.3% 가량의 지분을 사이좋게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싸이버스카이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 20%이상(상장사는 30% 이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공정위는 싸이버스카이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삼남매가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싸이버스카이는 2000년 6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됐고, 조양호 회장이 지난 2002년 지분 41%를 매입해 한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 해마다 삼남매가 지분율을 늘리면서 2008년 현재의 지분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11년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의 주식을 각각 0.07%, 0.26% 매입해 승계 과정에서 실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싸이버스카이는대한항공 주식은 모두 처분하고 한진 지분 0.56%와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 0.34%를 보유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실적을 올리는 과정에서 꾸준히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 왔다. 싸이버스카이의 매출은 2008년 16억원에서 2013년 42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는데, 36억원 가량이 한진그룹의 8개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한진이 운영하던 온라인쇼핑몰 ‘한진몰’도 인수했다.
아울러 기내 면세품의 판매 과정에서 부당 착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내에서 싸이버스카이의 물건을 파는 것이 싸이버스카이 직원이 아니라 대한항공 승무원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승무원은 기내 면세품 판매 실적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등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한항공 승무원의 노동력으로 싸이버스카이를 소유한 한진그룹 삼남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의 시행 이후 그간 조사 대상을 선별해 온 공정위는 싸이버스카이의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대기업 계열사를 확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싸이버스카이를 비롯해 재계 서열 30위 안팎의 중견 대기업 계열사 두세 곳을 추가로 일감몰아주기 조사 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20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써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2월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소위 ‘공정거래법’은 1년여 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지난 2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으로도 불리는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에서 총수(오너)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는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기준을 초과하면 오너는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고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해당 계열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또는 시정명령 등으로 마무리 돼 오는 것이 보통이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해당 대기업 집단 역시 시정명령 또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
다만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이 50억원 미만(상품·용역은 200억원)인 경우, 계열사가 사업기회 수행능력이 없거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경우, 상품·용역의 연간 거래총액이 거래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이고 200억원 미만인 경우, 비용절감 등 효율성 증대, 기술유출 등 보안, 경기급변·금융위기·천재지변 등 긴급한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