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반기문 통했나?
박근혜-반기문 통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미묘한 유대감을 드러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국가의 대통령과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의례적 주고받는 표현들일 수 있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이 국내에선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방한 중인 반기문 사무총장은 20일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여야 원내대표,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 등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비전을 가지고 활동해 나가는데 있어 국회의 지지, 특히 초당적 지지가 중요하다”며 정의화 의장에게 “의장님이 지도력을 발휘해 정부를 적극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를 찾아 초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반 총장은 “(대통령에 대한) 초당적 지지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제가 강조하는 부분”이라며 “대통령이나 수상이 일할 때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안-예산 관련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국정운영이) 잘 안 된다”고 덧붙여 자신의 발언이 확대 해석되는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그가 유엔사무총장이지만, 국내에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강조하는 말이라고 했지만, 국내에선 이 같은 발언이 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춘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현재 권력의 도움 없이 차기 대권은 불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반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에 화답하듯, 북한이 반기문 총장에 대한 개성공단 방문을 일방적으로 철회시킨데 대해 “북한의 이러한 결정 번복이 유감스럽다”며 반 총장을 대변해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반 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번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통해 개성공단의 현 상황 타개 등 남북문제의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됐으면 했다”는 아쉬움을 표하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어서도 1시간 넘게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 상호 협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시에는 유엔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 등 국제사회가 단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유엔의 협력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정신에 위반된다”면서 “북한은 열린 마음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주민생활의 개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 전달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구상 등의 실현을 위한 유엔의 긴밀한 협력과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한국 대표단이 뉴욕을 방문해 실무적으로 좋은 협의가 있었다”면서 “유엔이 (DMZ평화공원) 실현을 위해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대통령이 되고자 제시했던 다양한 비전들을 반기문 총장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 속에서 한 걸음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 반 총장 역시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통일 과업에 동참하게 되는 서로 유익한 상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나아가 반 총장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최대 현안인 ‘북한 문제’는 대권 플랜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북한 문제’를 연결고리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 통일 한국의 초석을 다지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 두 지도자가 이미 코드를 맞춘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