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새로운 갈등 요인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5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58)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이번에 실시된 황교안 장관의 국무총리 지명은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 번 어긋남 없이 적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靑 “정치개혁 이룰 수 있는 적임자”

그동안 정부 출범 이후 ‘쓰던 사람만 쓴다’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이른바 ‘회전문 인사’ 스타일이 이번에 이루어진 황교안 장관의 국무총리 후보 지명에도 또 한 번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유독 국무총리 자리를 두고 인사와 관련된 내홍을 끊임없이 겪어왔기 때문에, 이번 황교안 장관의 국무총리 후보 지명은 그만큼 고심 끝의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날 오전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1일) 후임 국무총리에 황교안 현 법무장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경제 재도약은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총리 후보 지명의 변을 밝혔다.
이어 김성우 홍보수석은 “황교안 내정자는 대구고검장·부산고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장관으로 직무를 수행해 오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홍보수석은 “(그러므로) 황교안 장관은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무척 호의적인 평가를 서슴지 않았다.
김 홍보수석은 “또한 황교안 내정자는 조용하면서도 철저하고 단호한 업무스타일로 국정을 수행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과 난관을 해결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을 했다”며 총리 후보 지명 이유를 밝혔다.
한편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황교안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의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발표가 이루어진 직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회견을 개최해 자신의 소회에 대해 밝혔다.
황교안 장관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반드시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우리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이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황 후보자는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도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을 갖고 국민 여러분의 뜻을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저의 생각을 소상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앞으로 험로가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與 ‘환영’ 분위기 우세

황교안 장관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된데 대해 여·야는 극명한 차이가 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체로 반기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제2의 김기춘 아니냐. 공안 통치를 하겠다는 노골적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맹비난했다.
21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장관으로 재임했을 때 언행이 신중했다”며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평가한다”고 극히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께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우리 사회를 청렴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할 사람으로 황 장관을 지명한 것 같다”며 “잘 된 인사로 평가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그동안 국무총리가 성균관대 출신-판사·검사 등 특정 직업군이 계속 총리 후보자가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황 후보가 법무부 장관 때 장관 역할을 아주 잘 수행했기 때문에 발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황교안 장관의 총리 후보 지명에 대해 “잘 해주길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황 장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그럼에도) 잘 해주길 기대한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별 문제 없이 잘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누리당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만큼, 국무총리 직에 적합한 인물이라 평가한다”고 호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내며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는데 적극 앞장서왔다”며 “지금까지 보여준 뚝심과 추진력 그리고 소통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 등 국정 과제를 잘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황교안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장관을 역임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온 분”이라며 “또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었을 당시 인사청문회를 거친 만큼, 이미 도덕성과 자질·능력 등이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고 호평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변인은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을 암시하기라도 하듯 야당을 겨냥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치공세적인 청문회를 적극 지양하고 청문회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野 “제2의 김기춘” 혹평
이렇게 정부·여당은 물론 황교안 장관 본인도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의 적임자라고 밝혔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리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야권에서 대표적 공안통인 황 장관의 ‘국무총리 자질’을 문제 삼는데다 청와대의 ‘회전문 인사’ 논란도 비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화기애애한 여당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야당은 황교안 장관의 신임 국무총리 지명을 두고 발끈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로써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면도날 검증’을 예고하고 나서 정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21일 오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말 큰 실망을 했다”며 “야당과 다수 국민들의 바람을 짓밟는 독선적인 인사”라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황교안 총리 내정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도 자격 없다는 평가를 받아온 분”이라며 “대통령에게는 국민 통합의 의지가 그렇게도 없는 것인지, 또 (국무총리로 지명할만한) 사람이 그렇게 없는지 참으로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고 혹평 일변도의 견해를 드러냈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불통 정치로 인한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의 국정운영을 펼쳐야 할 때인데, 황교안 장관의 국무총리 내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회전문 인사”라고 맹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김 수석대변인은 황교안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해 “국정원 대선 댓글사건 때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간첩증거조작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는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책임자”라고 혹평을 가했다.
또한 김 수석대변인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과 친박 실세 비리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따르도록 만든 장본인”이라고 황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가했다.
21일 오전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도 “이번에는 (청와대가) 수첩인사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런데 결국 ‘김기춘 아바타’나 다름없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공안총리로 지명한 것을 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수첩인사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불통 대통령·공안정부라는 단점을 보완할 책임총리, 통합과 소통을 이루는 국무총리를 기대한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이 원내대변인은 “황교안 장관은 국정원 댓글사건 축소은폐 의혹으로 야당이 최초로 두 번씩이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사람”이라며 “이런 분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적극 강조했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황교안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무엇보다 황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인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황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때 법무부 장관 후보로 내정되었으며, 당시 장관 후보자의 연달은 낙마 사태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청문회를 통과한 인사라는 점이 이번 총리 후보 지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의외로 황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기 의외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황교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친 지 2년이 훨씬 넘었으며 그동안 안대희·문창극·이완구 등 세 명의 국무총리 후보를 거치면서 청문회 통과 기준이 매우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와는 달리 이번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는 ‘칼’을 갈고 있는 상황이라, 이 또한 앞으로 만만치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