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전 회장, 한솔그룹 창업주 3세 등이 나란히 집행유예와 5년 감형 판결을 받아들면서 재벌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은 ‘땅콩회항’ 재판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던 1심 판결과 달리 항로변경죄 등을 인정하지 않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도 낮다며 1심과 같은 3년의 구형량을 유지했지만,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석방을 결정했다.
같은 날 현재현 전 회장 역시 수 만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사태’ 항소심에서 5년을 감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1심에서 인정한 사기성 회사채와 CP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키고 1심의 징역 12년에서 징역 7년으로 절반 가까이 감형했다.
지난 20일에는 산업기능요원 신분임에도 1년 10개월 가량을 별도의 오피스텔에서 근무해 ‘황제병역’ 혐의로 기소된 한솔그룹 창업주 이인희 고문의 손자 조모 씨가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 단독 신중권 판사는 “집행유예 이상의 전력이 없고 병역 의무를 처음부터 다시 이행해야 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누리꾼들 “재벌가 봐주기 지나쳐” 격분
이처럼 지난 한 주 며칠 사이에 재벌 총수 및 재벌가 자제들에 대한 일련의 감형 및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자 ‘땅콩회항’ 사태로 봇물 터지듯이 확산됐던 반기업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서 다시 들끓을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던 ‘땅콩회항’ 재판의 항소심의 부장판사가 김상환 판사였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김상환 판사는 지난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대선개입을 인정하고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해 대쪽 판사 이미지를 얻은 바 있다.
또한 김상환 판사는 지난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철원 씨의 ‘맷값’ 사건에서 최철원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고, 제일저축은행에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사촌 김재홍 씨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상환 부장판사가 1심과 같거나 더욱 무거운 형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감형된 판결이 나오자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전 회장의 선고에서는 사기 인정 범위가 대폭 축소된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판매한 1조30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및 CP에 모두 사기의도가 있었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8월 중순 이후로 한정했다.
피해자들은 “이렇게 되면 결국 인정받는 규모는 2000억원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을 성토하고 있다. 피해자가 4만여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은 줄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사소송에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솔가 3세 조 씨의 경우는 재벌가의 병역 비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최대한 봐주기를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1년 10개월이라는 긴 기간의 오피스텔 근무에 대해서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었고, (본인이 아닌) 어머니의 삐뚤어진 사랑 탓”이라는 이유를 거론했다.
여기에 “다시 군복무를 해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히 군복무를 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감형 사유로 내세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얘기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작 ‘어머니의 삐뚤어진 사랑’을 내세우면서도 어머니는 처벌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전사회적인 공분을 자아낸 재벌가 총수 및 자제들이 법원에만 가면 결국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있다. 더욱이 숱한 재벌 총수들이 비난 여론에 못이겨 구속된다 하더라도 특별 사면·가석방 등을 통해 금방 사회로 풀려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진 상태다.
한 누리꾼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현재현 전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던 지난 22일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 씨도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되자 “오늘은 감형 기념일이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현재 미국에서 당시 땅콩을 제공했던 여승무원 김도희 씨로부터 피소당했고, 박창진 사무장에게도 피소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미국 재판에서는 어떻게 나오나 보자”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