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박재승 때와는 다를까?
김상곤, 박재승 때와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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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우여곡절 끝에 당 혁신위원장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영입하고 본격적으로 혁신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김 전 교육감은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받고 곧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구성원들이 과연 강력한 혁신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전 교육감은 문재인 대표로부터 당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김 전 교육감이 이처럼 다른 무엇보다 ‘의지’를 중요시 했던 이유는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구성원들의 ‘의지’는 필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계파 갈등에 있고,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엄연히 이해관계가 다른 계파들이 존재하는데 단순히 싸우지 말라는 제도만 만들어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국, ‘계파 청산’만이 본질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파는 사람의 문제인 만큼, 혁신위의 쇄신 방향은 사실상 ‘인적 쇄신’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피바람을 예고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 전 교육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제 뼈와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거듭해서 확인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장에 아무리 당내 구성원들이 강력한 혁신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김상곤 위원장이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기 시작하는 순간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아니겠지’ 스스로 생각했던 인사들이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순간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조국 교수의 제안처럼 현역 국회의원 40%나 쇄신 대상이 돼야 한다면 그 파장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커질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에서 참패한 후 당이 존립 위기에 처해 있었다. 대선이 치러진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또 다시 치러야 하는 총선에서의 참패도 불을 보듯 훤한 상황이었다. 이때 대통합민주신당은 외부인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했다. 판사 출신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다. 지금 김상곤 위원장을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시선에서 공천을 하겠다며 칼자루를 외부인사에게 맡겼던 것이었다.

사즉생의 각오를 다졌던 대통합민주신당은 박재승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겨 놓고 처음엔 모두가 순순히 따르는 듯 했다. 하지만, 공천 쇄신안이 나오고 일부 인사들이 나름대로 억울하게 공천에서 배제되는 일들이 생기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로 열린우리당 공천’, ‘친노 공천’이라는 불만이 분출했고, 특히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는 당 지도부와 박재승 위원장 간 극한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위원장이 잠적까지 하는 상황도 발생했고,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당 지도부로부터 토사구팽 당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결국 외부인사에 칼자루를 쥐어줘 놓고도 막상 실제로 뼈와 살이 깎여 나가게 되니, 또 다른 갈등 상황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의 쇄신공천이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적 시선 또한 더욱 차가워지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가진 이런 경험은 김상곤 위원장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쇄신의 칼을 뽑는 순간, 그에 따른 당내 반발은 불가피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쇄신이 유야무야 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이고 김상곤 위원장도 더 싸늘해진 민심을 겪게 될 수 있다.

결국, 답은 하나다. 김상곤 위원장은 말뿐이 아닌 강력한 쇄신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당은 이에 대해 불만보다 수용적 자세를 취하는 일이 중요하다. 제1야당이 살 수 있는 길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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