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혁신위, 되려 갈등 불씨 되나?
김상곤 혁신위, 되려 갈등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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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案 ‘친노-운동권’ 편중 논란, 비주류 반발 격화
▲ 혁신위원단 인선안을 두고 당내 비주류 인사들은 친노-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노 청산 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10명 규모의 혁신위원단 인선을 완료하고, 본격적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을 발표하며 “헌신과 희생에 더해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라고 높이 평가했고, 보다 강력한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그런데 혁신위원단 인선안이 발표되자마자 당 비주류 진영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인선안을 살펴보면, 대부분 친노계 또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혁신위조차 당권파의 논리를 대변해주는 기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비주류 측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혁신위원회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10명의 혁신위원단 인선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는 뜻을 밝혔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10일, 당 내‧외 10명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 위원 인선안을 발표했다. 인선된 10명의 혁신위원은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우원식 국회의원 ▲이동학 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이주환 당무혁신국 차장 ▲임미애 전 경북 의성군 의회 의원 ▲정채웅 민변 광주전남지부 4대 및 5대 지부장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과 교수 ▲최인호 부산 사하갑 지역위원장 등이다.

◆조국-최인호 등 10명 인선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발표할 혁신위원들은 헌신과 희생에 더해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혁신의 길에 동참하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살고 국민의 삶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혁신”이라며 “그리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나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대접을 받고 주인 역할을 하는 참여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에 의한 정치’,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며 “이것이 당권재민이고 주권재민이다. 당권재민으로 우리 당을 혁신하고, 주권재민으로 정치를 혁신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뤄내는 국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꿈은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내려는 분열에서 통합을 가능 혁신”이라고 말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어, 10명 혁신위원 모두를 일일이 소개하며 “혁신위원회는 혁신위원과 함께 국민과 함께, 당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해 나갈 것이다. 조금만 지켜봐달라”면서 “반드시 혁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비주류, 혁신위 무용론까지…
김상곤 위원장은 인선안을 발표하며 “계파와는 무관한 분들을 선정하려 노력했다”며 “혁신위원들에게 집단 이기주의나 계파적 활동이나 입장을 갖지 않도록 요청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부 좋은 분들이 선임됐다”고 평가하며 친노-운동권 일색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런 관점으로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 호남 비주류 중진 박주선 의원은 호남 물갈이론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하며 혁신위가 썩은 부위가 아닌 생살을 도려내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그러나 이 같은 인선안을 두고 당내 비노-비주류 측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대부분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친노 성향 또는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우원식 의원과 박우섭 구청장은 재야파 김근태계이며, 최인호 지역위원장도 학생운동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내 언론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또, 정채웅 변호사와 임미애 위원도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된다. 조국 교수는 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돼 앞서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될 당시 비노의 거센 반발을 사 무산됐을 정도였다.

이와 관련, 호남 비주류 중진인 박주선 의원은 11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에서 “거의 다 운동권, 친노, 그런 성향을 가진 분들로 평가된다”며 “우리 당의 가장 큰 선결 혁신과제가 문재인 대표 사퇴를 통한 친노 계파 해체인데, 이 혁신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나한다. 저는 매우 회의적이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핵심적인 혁신 대상, 친노 계파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내용의 혁신안을 만들어내더라도 의미 없는 일”이라며 “당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호남 다선은 무조건 물갈이해야 한다고 하면, 호남은 앞으로 중진이나 경륜 있는 정치인이 나와서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친노 운동권의 시각이 항상 호남을 때리고, 호남을 구 정치세력으로 몰아야 본인들이 산다는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다”고 맹성토했다.

이어, “‘육참골단’, 자기 살을 도려내려면 썩은 부분이나 곪아터진 부분을 도려내야지 그 부분을 도려낼 생각은 하지 않고 생살을 뜯어내서 무슨 당에 혁신이 되겠냐”며 “우리 당의 썩은 부분과 곪아터진 부분은 바로 친노 패권”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친노 패권을 보호하고, 친노 패권에 의해 당 대표가 되어 친노패권 청산 약속을 지키지 않은 문재인 대표, 이 분의 사퇴만이 바로 육참이 될 수 있다”며 “그런데 곪아터진 부분은 내버려두고 생살을 뜯어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이 같은 인선을 한 이유에 대해 “김상곤 위원장 혼자의 뜻은 아닐 것”이라며 “지도부의 뜻이 많이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박혜자 의원 또한 한 언론과 통화에서 “국민의 눈으로 볼 수 있겠다는 장점만큼, 반대로 공천제도와 정당 시스템도 개혁해야 하는데 정당생활을 안 하셨고 정치를 모르는 분들이 과연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노 성향 한 당직자는 “이주환, 이동학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운동권 일색”이라며 “친노-비노 계파 논쟁에 대한 인적 쇄신을 한물 간 운동권과 연대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계파갈등 해결과 인적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이념’이라는 낡은 세력이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그 사람들만의 힘으로 정당 혁신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면서 “그 정도 구성으로는 제1과제인 ‘친노 계파 청산’을 하기에 부족하다. 과연 그들이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사들인지에 대해 ‘좀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남의 한 초선의원은 조국 교수에 대해 “그가 트위터에 주장한 대로 특정 지역에만 다른 잣대를 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그렇게 자기주장을 계속 고집하는 위원이라면 내부에서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진 의원은 최인호 위원에 대해 “반발이 심할 것 같다”면서 “김상곤 위원장이 문재인 대표의 눈치를 본 인선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념노선 두고도 충돌 예고
당의 정체성 문제를 놓고도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김상곤 위원장은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혁신이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주를 이룬 혁신위원단을 구성했다. 사실상 당의 정체성을 진보적 색체와 투쟁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 진영에서는 당이 중도강화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주선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대선평가위원회에서 당이 재집권하려면 중도개혁정당,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융합이 되는 중도개혁정당으로 이념과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건의했는데,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혁신위 구성으로 봤을 때, 이념적으로 중도개혁으로 갈 가능성이 적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적다기 보다 없다고 보고 있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주류 인사들은 혁신위 구성안을 두고 친노-운동권 중심, 그리고 진보-투쟁 중심의 정체성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혁신위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 계파 청산이라는 쇄신의 제1원칙과는 정 반대의, 문재인 대표 체제를 옹호하는 혁신위가 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출범한 혁신위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시사포커스 / 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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