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가 국내 디자이너 제품을 그대로 베낀 일명 ‘카피켓’ 제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돼 ‘도용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제품들은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 있는 업체에서 생산됐고, 실제 디자이너 제품보다 50%정도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에 처음 제품을 고안한 디자이너는 제품 판매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29일 이랜드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회사 공식입장 없다. (도용 논란에 대해)확실하게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 팬시제품 13개 “100% 똑같다” 지적
앞서 28일 <JT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랜드는 본사의 리빙 SPA샵인 ‘버터’를 통해 총 13개의 도용의심 품목을 판매했다. 해당 제품들은 이미 국내 디자이너가 내놓았던 제품이었지만, 중국공장에서 생산돼 다시 이랜드의 이름으로 판매됐다.
특히 ‘POTATO CHIPS MEMO’ 라는 메모지 제품은 이성진 디자이너가 1년 반에 걸친 작업 끝에 만들어낸 것이지만 ‘버터’에서는 제품명과 포장지뿐 아니라, 메모지에서 감자향이 나도록 하는 핵심 아이디어까지 그대로 베낀 제품을 반값에 판매했다. 이에 결국 이 디자이너는 제품 판매를 포기했다.
이외에도 버터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도용의심 품목으로 지적된 제품은 페코마트 메모지(3개), 모바일테일(1개), 사람모양 펜꽂이(1개), 과일 메모지(2개), 구두 폰 홀더(1개), 원형 펜꽂이(1개), 안경거치대(1개), 칫솔거치대(1개), 마그네틱 도넛(1개), 도어스토퍼(1개) 등 총 13가지다.
이와 관련해 박진기 변리사는 “100% 똑같다. 완전히 데드카피(시판제품 복제)고, 오직 하나 차이 나는 건 가격표 뿐”이라며 “어느 정도 시장에서 먹히는 상품들을 검증 없이 고르는 행위고, 굉장히 부당하게 이익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JTBC에서 밝혔다.
이에 이랜드는 “전혀 몰랐다”며 중국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모조품이 판매 상품들 사이에 포함된 것 이라는 취지에서 반박했다.
하지만 이랜드 측의 이러한 해명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용 논란이 불거진 제품들 라벨에 기재된 제조사명은 대부분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 있는 A사를 가리키고 있었고 JTBC가 추적한 결과, 이랜드 본사에서 A사에 직접 ‘짝퉁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졌던 정황이 확인됐다.
A사 관계자는 “(이랜드에서) 사진을 보내온다든지 샘플을 보내온다든지 저희보고 찾아달라고 하면 저희가 비슷한 공장을 찾아서 샘플을 만든 뒤 똑같게 나오면 진행한다”고 말했다.
◆ ‘로운 샤브샤브’, 과거 동네식당 인테리어 등 베껴
이랜드가 베끼기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5월 이랜드파크의 홍길용 공동대표이사가 중소업체가 운영 중이던 샤브샤브 식당의 인테리어와 주문방식을 베낀 일로 사임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랜드의 베끼기 횡포’에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사람은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 있는 ‘바르미 샤브샤브’의 운영자 이준혁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인터넷 포털 ‘아고라’에 억울한 사연을 개제했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대기업이 중소업체를 모방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사장에 따르면 논란이 발생하기 반 년전인 2012년 3월 홍 대표가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고, 이 사장은 향후 이랜드와의 사업제휴를 꿈꾸며 홍 대표에게 영업방식 등을 자세히 알려줬다.
하지만 2012년 10월 경기도 안양 뉴코아아울렛에서 이랜드의 ‘로운 샤브샤브’가 문을 열었다. 친환경을 강조한 인테리어와 1만원대 가격의 샐러드 무한 리필 뷔페 방식 등 중소업체 바르미 샤브샤브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인테리어‧주문방식이 그대로 차용됐다.
이 사장이 ‘아고라’에 올린 글로 비난여론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홍 대표는 2013년 2월 이 대표를 직접 찾아와 1억을 건네면서 논란을 마무리 지으려고 시도했다. 이에 이 사장은 “그룹의 공식 사과와 도용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싶은 것이지 돈을 원한 게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이후 이 사장이 이랜드파크를 상대로 1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이랜드 법무실장이 찾아왔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선수들끼리 빨리 끝냅시다’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당시 이랜드 그룹은 “인테리어 디자인 베낀 것 인정한다”면서도 “지금은 인테리어를 바꾸고 영업을 재개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의 로운 샤브샤브는 2013년 1월29일 일시 영업정지를 했다가 두 달 만인 3월27일 실내 인테리어만 변경해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