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무산, 실적 악화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자연 감소분에 따른 인력감축 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사측이 비밀리에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지난 28일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 A씨는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권고사직·명예퇴직 등은 전혀 시행하고 있지 않고 자연 감소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퇴직을 신청하는 경우는 있다’고 밝힌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은 비밀스럽게 권고사직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본인이 그 희생양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희망퇴직·명예퇴직은 공식적으로 보상 지급 조건과 대상 기준을 정하고 신청을 통해 이뤄지고, 권고사직은 해당자에게 사측이 직접적으로 퇴직을 권유하는 것을 가리킨다.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이고 사직서를 제출하면 문제가 없지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다거나 압박을 가하여 퇴직하게 만들면 일명 ‘찍퇴’가 된다. 이는 해고로 간주되며 사유에 따라 부당해고로 다툴 수도 있다.
A씨는 “지난 4월 초 책임자와 면담을 진행했고, 이 책임자는 내게 구두로 ‘위로금으로 1년치 기본급과 1년치 학자금을 줄 테니 4월 말까지 나가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메일이나 문서상으로 제시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A씨는 이를 “주도면밀하게 비밀리에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 “퇴직 권고 받았지만 버티고 있다”
A씨가 밝힌 4월 초라는 시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인력 구조조정 방침이 알려진 지난 3월 말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정황상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지난 3월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 기업설명회에서 8255명이던 본사·지사·법인 인력이 700명 가량 감축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당시 계획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권고사직 제의를 받았다는 근로자들이 “인사 고과가 낮은 전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명예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위로금 명목으로 본봉 1년치를 받았다”는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 종료에 따른 감소나 자연 이직, 일부 상시인력 효율화 등에 따른 자연적인 감소로 700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라며 권고사직·명예퇴직 등은 전혀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A씨의 구체적인 증언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해명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씨는 “현재 건설업계는 너무 불경기라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도 없고, 가족들의 생존권이 달린 만큼 도저히 지금 회사를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위로금도 얼마 되지도 않아 버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 측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1년치 기본급과 1년치 학자금은 다른 대기업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크게 많은 편은 아니다. 올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15년 이상 근속 여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했던 현대중공업은 최대 40개월의 위로금을 지급했고, 지난해 52세 이상 사무직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두산중공업은 최대 2년치의 임금과 1년치 등록금을 지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최대 2년치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A씨 “자리 재배치, 과제 등으로 압박”

또한 A씨는 사측이 권고사직을 거부하고 버티는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측이 대상자들 자리를 지원팀 바로 옆으로 한 데 모아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하고, 엄청난 양의 과제를 부여해 단기간 내에 끝내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거나 과제의 질이 좋지 않을 경우 수정 압박을 통해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A씨는 “휴가를 내려고 해도 과제를 핑계로 대면서 반려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자유롭게 휴가도 낼 수 없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과제의 목적은 회사의 업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줘서 퇴사하도록 하는 불순한 의도 같다”고 의심했다.
이는 ‘찍퇴’ 논란이 일었던 현대중공업 등의 사례에서도 감지되는 과정으로, 사측이 퇴직 거부자에게 직무역량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양과 어려운 내용의 교육과 과제 등을 부여해 퇴직으로 내몬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A씨는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며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현재 약 150명이 권고사직을 받아 70% 정도가 퇴사를 하고 30% 정도는 남아서 회사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최근 올해 1분기 직원 169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ENG “퇴직 권고한 적 없다”…압박 의혹도 전면 부인
이날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누차 설명했듯이 계약직의 계약 종료, 회사의 실적 악화에 따른 연봉 정체로 인해 새 기회를 찾고자 하는 직원들의 이직 등에 따라 인력이 상시적으로 감축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공식적인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우리 회사가 실적이 좋지 않아 일반적인 업계 이직률 3~4% 보다도 높은 편에 속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700명 가량의 인력이 감축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성과에 따라 연봉이 차이가 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는데, 해가 바뀔수록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차이가 유지되거나 더 커진다면, 희망하는 저성과자 근로자에게 좋은 기회를 열어드리고자 하는 것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원래대로라면 퇴직을 희망하시는 분들께 퇴직금만 지급하면 되겠지만, 여기에 위로금을 더해드리는 것을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효율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매출이 10% 줄어들면 인력당 매출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력이 그만큼 줄어들어야 1인당 매출이 유지될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계약 종료 등 자연 감소에 따른 인력 효율화 작업은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특정인에게 사측에서 권고를 한다거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괴롭히기 논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저성과자분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리를 지원팀 옆으로 옮긴다거나 과제 등의 요구·수정, 휴가 반려 등에 대한 부분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