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시민들이 바깥 활동을 꺼리면서 가뜩이나 회복세가 미약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듯 회원수가 200만명이 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 씩 비슷한 맥락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결국 제주도 여행 포기했어요. 어린 아이가 있어 도저히 떠날 수가 없네요. 호텔 취소했는데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메르스 환자 늘어나고 있는데 외식 하시나요? 아무래도 위생에 신경쓰게 돼요”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데 사람 많은 기차역, 버스터미널 가기가 꺼려져요. 메르스 때문에 못 가겠다고 하면 유난일까요?” 등의 내용이다.
더욱이 수출마저 침체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내수심리에 준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또 다시 타격을 받을 경우 하반기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3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은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5월 수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5월 소비자물가도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0%대 상승률을 나타내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세월호 사건과 일정부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지갑을 닫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시 온 나라가 애도의 분위기 속에 단체 여행이나 외식, 각종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소비 심리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4년4월 108을 나타냈던 소비자심리지수는(CCSI)는 올 3월 101까지 떨어졌다. 한번 꺾인 심리는 1년 1개월이 지난 올해 5월 105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통 및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사고는 주로 내국인에 한해 소비를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면 메르스 확산은 방한하는 외국인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일까지 방한을 취소한 관광객은 2500여명에 달한다.
실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2일 화장품과 여행, 백화점주 등 요우커(遊客)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나투어가 전일 대비 8.87%나 곤두박질쳤고 GKL(-4.92%), 현대백화점(-4.92%), 롯데쇼핑(-3.23%) 등도 하락했다.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영화관의 특성상 CJ CGV(-7.39%)도 폭락을 비껴갈 순 없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은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경제 전반에 세월호 사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콩에서 사스가 창궐했을 당시 평소 80% 수준이던 호텔 객실 예약률은 20%까지 떨어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뜩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은데다 수출이 안 좋은데 내수 경기마저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메르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수치(경제 지표)로 나타날 정도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확산이 세월호 사태보다 경제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메르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세월호보다 더 크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보건당국은 국민안전 뿐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박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