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에 경제 위축, ‘세월호’ 기시감 느껴져
메르스 사태에 경제 위축, ‘세월호’ 기시감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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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말자’는 분위기 조성…자연스레 지갑 닫혀
▲ 메르스 공포가 소비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와중에 지난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시민들이 바깥 활동을 꺼리면서 가뜩이나 회복세가 미약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듯 회원수가 200만명이 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 씩 비슷한 맥락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결국 제주도 여행 포기했어요. 어린 아이가 있어 도저히 떠날 수가 없네요. 호텔 취소했는데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메르스 환자 늘어나고 있는데 외식 하시나요? 아무래도 위생에 신경쓰게 돼요”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데 사람 많은 기차역, 버스터미널 가기가 꺼려져요. 메르스 때문에 못 가겠다고 하면 유난일까요?” 등의 내용이다.

더욱이 수출마저 침체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내수심리에 준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또 다시 타격을 받을 경우 하반기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3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4월 산업생산은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5월 수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5월 소비자물가도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0%대 상승률을 나타내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세월호 사건과 일정부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지갑을 닫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시 온 나라가 애도의 분위기 속에 단체 여행이나 외식, 각종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소비 심리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4년4월 108을 나타냈던 소비자심리지수는(CCSI)는 올 3월 101까지 떨어졌다. 한번 꺾인 심리는 1년 1개월이 지난 올해 5월 105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통 및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사고는 주로 내국인에 한해 소비를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면 메르스 확산은 방한하는 외국인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일까지 방한을 취소한 관광객은 2500여명에 달한다.

실제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2일 화장품과 여행, 백화점주 등 요우커(遊客)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나투어가 전일 대비 8.87%나 곤두박질쳤고 GKL(-4.92%), 현대백화점(-4.92%), 롯데쇼핑(-3.23%) 등도 하락했다.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영화관의 특성상 CJ CGV(-7.39%)도 폭락을 비껴갈 순 없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은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경제 전반에 세월호 사태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콩에서 사스가 창궐했을 당시 평소 80% 수준이던 호텔 객실 예약률은 20%까지 떨어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뜩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은데다 수출이 안 좋은데 내수 경기마저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메르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수치(경제 지표)로 나타날 정도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확산이 세월호 사태보다 경제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메르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세월호보다 더 크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보건당국은 국민안전 뿐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총 동원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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