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적 비상사태 상황에 직면했다. 박 대통령은 5일 통일준비위원회 집중토론회 일정을 연기하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을 막는 과정에서 마땅한 대책 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기강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첫 확진 15일 만인 3일에야 민관합동 긴급회의를 주재해 논란이 일었다. 박 대통령과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초기 대응 미흡이 사퇴 확산에 한 몫을 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감염자, 격리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심지어 사망자는 현재까지 총 4명이 나왔다. 앞으로 몇 명의 사망자가 나올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사태 확산을 막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당의 메르스 관련 긴급 당정청 협의를 거부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청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회의보다는 수습이 중요하다고 회의 거부 이유를 설명했지만 감정적인 대처라며 지적이 잇따랐다.
또한 메르스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 공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된 병원과 환자 등의 정보가 공개되었을 경우 해당 병원의 손실이 우려돼 정부에서는 정보 공개를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이 극심해진 국민 대부분은 정보공개를 바라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정보 미공개 방침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과연 미공개만이 능사인지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정부의 메르스 관리 대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8.3%가 정부의 관리 대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5.9%에 불과했다.
특히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 의견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39.6%으로 나타나 정부에 메르스 관리 대책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임이 확인된 셈이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지적되는 점은 바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정부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허점이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은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실제 소방, 해양경찰, 안전정책 분야가 합쳐진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국민안전처는 사실상 국가적 재난 사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자 안전처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직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뒤늦게 구성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역시 ‘컨트롤 타워’가 아닌 관계부처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말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아닌 보여주기식 처방이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중장기 재난안전 체계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 주로 사고 대응 방안에만 집중됐을 뿐 감염병 관련 내용은 한 쪽도 되지 않는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미리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안전 국가’가 공허한 구호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메르스 사태가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으려면 박 대통령과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책임지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이후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문책으로 근무 기강을 확고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