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긴급 브리핑’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민 과반 이상은 박 시장의 브리핑이 ‘적절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4일 밤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었으며, 이를 통해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차단하고 자치단체와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특히, 박 시장은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가 1,5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게 되는 등 방역관리망이 뚫렸다면서 앞으로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는 한 목소리로 박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과 다른 발표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며, 여당에서도 박 시장이 메르스를 대권행보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생각은 여권의 이 같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일 JTBC 의뢰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5.0%가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 ‘적절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은 32.8%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에 대해 지자체의 독자적 대응은 혼란만 키운다며 중앙정부 중심의 대응을 강조했지만, 정부 대응에 워낙 불신이 커 있는 상태라 박 시장의 독자적 행보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같은 조사기관에서 4일 실시했던 여론조사(500명, 95%신뢰수준 ±4.4%p)에서 우리 국민 68.3%는 ‘메르스 관리 대책에 대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25.9%에 머물렀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 있는 상황이니,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독자적 메르스 대응에 대해 반사적으로 높이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 시장의 긴급브리핑에 대해 계층별로는 의견이 엇갈렸다. 지지정당별로는 새정치연합 지지층(적절 67.9% vs 부적절 20.4%)과 무당층(67.2% vs 22.2%)에서는 ‘적절했다’는 의견이 크게 앞섰지만, 새누리당 지지층(18.1% vs 64.1%)에서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적절 70.3% vs 부적절 18.8%), 30대(77.2% vs 15.3%)와 40대(66.6% vs 24.7%) 젊은층에서 ‘적절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50대(38.9% vs 47.7%)와 60대 이상(24.0% vs 56.2%)에서는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5일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응답률은 1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