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가 이슈다.
업계는 엘리엇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먹튀’라는 악평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엘리엇의 합병반대 의사가 노골적이라는 의미다.
먼저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시기를 두고도 말이 많다. 당초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달 양사가 합병을 결의하자 지분 2.17%를 추가로 매입했다.
당시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한 것일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합병 반대 의사의 논거를 댔지만, 오히려 추가로 지분을 사들이는 석연찮은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4일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20% 올라 엘리엇의 보유지분에 따른 시세차익이 1억2400만달러(한화 약 1377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엘리엇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양사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간 이상했던 엘리엇의 행보가 이해된다.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들이 소위 기업을 ‘먹을 때’ 쓰는 운용전략은 수 없이 많다.
헤지펀드의 대표 투자전술로는 엘리엇과 같이 기업의 인수·합병 등이 벌어질 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과 이외 롱-숏 전략, 선물 운용전략, 전환사채(CB) 차익거래 전략, 부실채권 투자전략, 글로벌 매크로 지표를 활용한 전략, 신흥시장만 주로 투자하는 기법 등이 있다.
엘리엇의 경우에는 ‘바이아웃’ 전략으로 유명한 곳이다. 기업의 지분 상당 부분을 인수하거나 통째로 기업을 사들여 경영을 정상화 시킨 뒤 되팔고 빠지는 방식이다. 주로 정보기술(IT) 기업을 겨냥한 뒤 지분을 사서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말 헤지펀드 리서치말 기준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는 930억 달러. 5년 전인 2008년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규모가 확장되면서 투자 대상 역시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지배구조 기업들이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오너일가에만 집중되는 이윤창출 구조를 고수하는 기업을 두고 ‘제 살 깍아 먹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내 집 안에서 재산을 돌려막는 식의 투자는 날이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우는 헤지펀드의 공격에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 파란 눈 헤지펀드가 어떤 달콤한 말로 유혹해 와도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우호지분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