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명시에 첫 문을 연 ‘이케아’가 개점 반년 만에 국내 가구 유통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이케아 진출에도 느긋한 자세를 보인 국내 대형유통업체 ‘이마트’마저 국내 가구업체와 손잡고 생활용품 전문매장을 열기로 했다. 이마트는 오는 18일 일산 킨텍스점에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 라이프'를 열고 이케아와 정면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 이마트, 이케아에 도전장
이마트 ‘더 라이프’는 여러모로 ‘이케아’를 염두하고 있다.
매장부터 이케아의 특징인 ‘쇼룸’과 유사한 구성을 갖추고 운영된다. 더 라이프는 거실, 부엌, 침실, 아이방을 포함한 한국형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6가지 콘셉트룸을 꾸밀 예정이다. 쇼룸은 침실, 거실, 서재 등 집 공간을 꾸민 공간을 말한다. 이케아는 광명점에만 65개 쇼룸을 운용하고 있다.
더 라이프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가구, 수납, 침장, 조명, 가든데코, 욕실, 키즈, 주방 등 총 8개 분야 5천여 품목을 판매하게 되며, 가격은 초저가 품목 10%, 중저가 일반상품군 80%, 고가 프리미엄 제품 10% 비율로 구성된다.
특히 배송서비스의 경우, 거리 기준으로 배송 가격을 책정하는 이케아와 달리 이마트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있는 소파, 침대, 수납장을 포함한 가구 무료 배송 및 조립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이케아에 대항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2월 이케아 가구와 비슷한 조합형 가구 ‘스마트 키트(SMART KIT)’를 출시했었다. 초저가 조합형 가구 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장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마트는 더 라이프로 이케아 마케팅 틈새를 이용해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이케아 “우린 ‘홈퍼니싱’기업
국내 대형유통업체 이마트가 이케아 대항마로 나선 것은 이유가 있다. 이케아가 단순한 가구전문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케아를 단지 처렴하고 튼튼한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케아는 자신을 ‘홈퍼니싱’ 기업이라고 말한다. 홈퍼니싱은 홈(home·집)과 퍼니싱(furnishing·꾸미기)의 합성어다. 따라서 각종 가구부터 커튼과 벽지, 침구, 카펫, 부엌용품, 인테리어 소품을 이용해 집 안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보통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3만달러를 넘어서면 개성에 따른 소비가 시작되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도 최근 국민총소득이 2만달러대로 진입해 안착 중이다. 따라서 한국도 이런 소비 패턴 변화의 기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경기 불황으로 ‘작은 사치’에 집중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나만의 집을 꾸미려는 욕구도 늘고 있다.
현재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케아도 지난해 12월 한국에 광명점을 연 것도 이런 시장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홈퍼니싱은 단순히 가구만 취급할 수 없기 때문에 연관 품목이 수만개에 이른다. 그래서 이케아 광명점에 다녀온 소비자들은 이케아가 가구업체인지 유통업체인지 모를 정도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현재 이케아가 취급하는 가구와 생활용품 비율은 4:6정도다. 다만 이마트처럼 의류나 신선식품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아닌 전문점으로 분류되고 있다.
◆ 이케아 저가 공략의 비밀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명시에 세계 가구 브랜드 1위 ‘이케아’가 문을 열었다. 이케아가 문을 열기 전까지 ‘동해 일본해 표기’, ‘시급’, ‘지역상생’ 등의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이케아가 문을 열면 국내 가구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뚜껑이 열리면서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가구업계보다 생활용품 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케아는 홈퍼니싱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 이케아 광명점에서 소비자들은 가구보다 조명, 화분, 시계, 이불을 포함한 생활용품을 더 많이 구입한다. 특히 가구는 배송부터 조립까지 소비자가 직접 책임지거나 돈을 내야하고, 조립 시 제품 파손 등의 책임은 이케아가 지지 않는다. 더구나 배송비나 조립비를 합하면 국내 완성가구 브랜드가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이런 면에서 이케아가 국내 완성가구 브랜드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이케아가 아직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통해보면 해당 국가에 없는 가구 품목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경쟁 상품일 경우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해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또 인기 있는 상품의 경우 판매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유행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케아는 이를 위해 불필요한 경비를 최소화한다. 실제 이케아 광명점에는 소비자들이 불편할 정도로 동선이 긴 쇼룸 형태를 취하면서도 최소 직원 배치를 하고 있다. 여기서 절감된 금액만큼 상품 가격은 낮아진다.
더구나 이케아는 기존의 마진은 높지만 상품의 회전율이 적은 전통적인 가구상점 방식을 탈피해 다양한 방법으로 저마진 고회전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가구업계와 유통업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케아가 2호점, 3호점을 연달아 내면서 타국에서 성공한 방식이 자리잡기 시작하면 우려대로 중소가구업체부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 이케아 외형만 보다간 ‘큰 코’
이케아 매장은 쇼룸의 긴 동선 외에도 하루 종일 소비자를 붙잡아놓는 걸로 유명하다. 먹을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입점한 대부분의 도시는 매장 내 카페테리아, 베이커리, 카페는 인기가 높아 가구를 사지 않더라도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지역은 이케아의 요식사업이 유럽 전체 순위에 들 정도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매장 외 체인도 생기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코트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불황에도 매출이 올랐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마트도 일산 킨텍스에 '더 라이프'만 단독으로 문을 열지 않는다. '피코크 키친', 대형가전 매장 '일렉트로 마트' 등 전문점을 모두 모아 ‘이마트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이를 추진한 정용진 신세계 정 부회장은 "이마트타운은 임대 중심의 쇼핑몰이나 타 할인점과는 다르다"며 "분야별로 특화한 직영전문점들과 대형 리테일들이 마치 모듈처럼 결합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원스톱 쇼핑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마트는 이케아에 대적할 수 있는 가구업체로 일본 ‘니토리’를 선정했다. 니토리는 일본에서 저가 파상 공세로 이케아를 누르고 업계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니토리는 이번 이마트에서 제품 판매를 기회로 한국시장을 시험해 볼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이마트보다 니토리와 이케아 간의 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니토리가 이케아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여름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불황과 상관 없이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