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출범이후 부채 증가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금융부채 5000억원 이상인 공공기관에 이름을 올리며 ‘부채공룡’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다만 지난해 부채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LH가 드디어 부채청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이 이자비용조차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인데다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도 정규직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LH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이 적지 않다.
◆ ‘빚 100조’ LH, 최초 부채감축 움직임
1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2014회계연도 공공기관결산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중 금융부채가 5000억원 이상인 곳에 LH가 꼽혔다.
현재 LH의 금융부채는 10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105조7000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올해 3월 기준 96조원으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금융부채가 줄어들었다. 아직까지 빚 청산을 위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지만, 연 평균 7조6000억원씩 금융부채가 꾸준하게 늘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행보다.
LH는 빚 청산을 위해 ‘판매목표 관리제’를 도입했다. 이는 매년 이재영 LH 사장이 직접 본사‧지역 부서장 또는 사업본부장들과 판매경영계약을 1대1로 맺은 다음에 그 판매실적을 인사와 인센티브에 반영하는 제도로써 지난해 도입 당시 27조2000억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끌어냈다.
또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 민간 자본을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임대 리츠나 대행개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LH는 사업비를 20%가량 축소하고 민간영역 개발 수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오는 2017년까지 민간자본 8조8000억을 조달해 부채 감축과 동시에 민간투자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부채 감축 노력덕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피치 등이 LH의 신용등급을 한국 정부와 같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 정규직 복리후생비 4년 새 2배 증가
일단 LH가 부채 감축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실제 효과도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100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남아있는 만큼 한 번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충고가 나온다.
지난해 LH의 자본금은 33조7390억원이고 부채는 137조8808억원으로 부채비율로 환산할 경우 408.7%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48.9%p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30대 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었던 194.3%과 비교하면 1.5배 높은 정도다.
앞서 LH는 부채감축을 포함해 기관 전반에 만연한 방만 경영 개선을 위해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지원과 휴직급여등을 대폭 축소한다고 밝혔다. 실제 4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임원들의 복리후생비가 15.8%(14만원)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규직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는 같은 기간 오히려 53.9%(144만원)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복리후생비 항목에는 의료비와 주택자금, 행사지원비, 재해보상비 등이 포함된다.
19일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LH의 복리후생비는 임원들의 경우 2010년 89만원→2014년 75만원으로 줄었다. 다만 정규직 직원들은 같은 기간 267만원에서 411만원으로 2배가 늘어났다.
◆ 영업이익으로 은행이자 내기도 버거워
한편, LH가 내는 영업이익보다 금융부채 이자비용으로 나가는 비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 ‘2014회계연도 공공기관결산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LH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보다 작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LH의 2012년 이자보상배율은 0.77배였고, 이후 2013년 0.69배로 떨어졌다가 2014년 0.95배로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을 통해 은행 빚 갚기란 무리가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금융 부채가 98조6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은행 이자 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