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내 비노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범친노계 인사인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 강행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무총장 인선에 항의하며 2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까지 불참했고, 비노 인사들은 곳곳에서 문재인 대표를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이처럼 비노계의 요구에 귀를 닫고 독단적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상 당을 깨려는 것이라는 성토까지 쏟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갈등이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당 깨자는 것이냐”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달 중순께였다. 문 대표는 지난 15일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당직 인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당내 비노계의 거센 반발에 인선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안에 반발해 15일과 17일 이틀 연속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기도 했고,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문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강한 우려와 함께 반대의 뜻을 전달했었다.
당내 비주류-비노계의 반발은 점점 더 거세졌고, 이로 인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또 다시 계파갈등의 구덩이로 빠져 들었다. 계파갈등 청산을 가장 큰 혁신의 과제로 삼아온 혁신위원회 또한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분란의 소지가 다분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비주류-비노계의 거센 반발에 “당직 인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는 21일 다시 비공개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최재성 카드를 관철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때도 이종걸 원내대표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관철시키지 못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는 “당을 깨자는 것이냐”며 맹성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22일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회의를 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이날 최고위는 반대 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문재인 대표에게 당직 인선 문제를 위임키로 결정했다. 당이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비노 측의 입장을 분명하게, 그리고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가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마지막 믿음을 걸었던 셈이었다.
◆여지없이 무너진 기대, 文의 고집
그런 이유로 23일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카드’를 접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께서 넓은 어깨로 껴안는, 제가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는 방식을 수용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매듭이 풀린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만이 아니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대표라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총의를 모으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합의를 잘 이끌어 내리라 본다”고 ‘최재성 카드’ 포기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런데 이런 비주류 측의 장밋빛 전망은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문재인 대표가 이날 오후 결국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 강행한 것. 전략홍보본부장을 비롯해 수석사무부총장, 대표 비서실장 등 일부 당직에 비노 측 인사를 기용했지만, 사무총장 인선 문제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사무총장이 차기 총선 공천에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당내 비주류-비노 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은 공식적으로 ‘탕평 인사였다’고 자평했다. 이와 관련,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직 인선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인사의 특징은 혁신과 총선 승리, 더 큰 탕평이라는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내 비주류-비노 측의 반발을 완전히 묵살해 버리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24일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상 최재성 임명 강행에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당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당무 거부는 즉흥적이거나 나 홀로 성격이 아니다.
문 대표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했던 이 원내대표는 전날 당직인선 발표가 있는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껏 문 대표에게 당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줄곧 말씀드려 왔다”며 “하지만 오늘 문 대표는 당 안쪽에 열쇠를 잠갔다”고 담담한 어조였지만, 짙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포용하지 않는 정당은 확장성이 없고, 확장성이 없으면 좁은 미래가 있을 뿐”이라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 원내대표는 그리고 이날 밤 일부 주변 인사들과 만나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 사태에 대해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비주류-비노 측이 이번 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는 최재성 사무총장과 함께 새롭게 임명된 김관영 수석사무부총장과 박광온 당대표 비서실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비노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수행하되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의 당무는 당분간 거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찮은 비노계, 전면전 가나?
이종걸 원내대표 외에도 당내 비주류-비노 성향 의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3일 SNS에 “저녁 6시 3분 문재인 대표로부터 전화와 문자, 제가 대화 중 받지 못하고 16분에야 확인하고 저의 간절한 답신 문자를 보냈다”며 “그 후 많은 분들과 기자들의 전화 문재가 쏟아졌지만 저는 실어증? 할 말이 없어졌다.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다시 자겠다”고 허탈함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대표로서, 대선후보로서 130명 의원을 포용하기 위해서라도 불편하더라도 포용과 통합의 인사가 필요하다고 수차 말씀 드렸다”며 “계파 청산을 부르짖는 대표께서 강행한 이번 인사에 대해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은 통합, 단결, 그리고 분당의 빌미를 주지 않는 인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참으로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더욱이 김상곤 혁신위원장께서도 혁신인사와 계파청산을 요구했는데 이러한 요구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믿는다”며 “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노들에게 물이익을 주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인사는 특정 계파가 독점하고 편한 사람과만 함께 가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의 소회를 밝히며 향후 여러 동지들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친노 계파청산을 외치며 최고위원직을 자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표도 친노의 대표고, 공천에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까지 범친노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해서 많은 반대가 있었는데 임명을 했다”며 “우리 당의 앞날에 많은 갈등과 불신이 확대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문 대표나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우리 당의 화합을 책임져야 할 분들”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신뢰의 정신을 쌓아나가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거듭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서로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만약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가 친노가 비노 진영에 불이익을 주고 해코지하려는 카드가 될 경우는 저부터도 결코 용납하거나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시사포커스 / 정흥진 기자]